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선주자의 시계추가 빠르게 돌아간다. 금융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신용카드업계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수수료 인하 요구가 또다시 정치권에 번지고 있어서다. 대선시즌만 되면 매번 반복되는 행태다.

예비 대선주자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카드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하고 영세가맹점·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테면 우대수수료율 적용기준을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 중소가맹점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연매출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1.3%에서 1.0%로 인하하겠다는 것.

특히 차기 대통령 유력후보로 떠오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의 예비 대선주자 대부분이 한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서민, 특히 영세자영업자에게 우대수수료를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상황에 따라 더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과정이다.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할 경우 그 피해는 누구에게 전가될까. 바로 소비자다. 카드사는 영세자영업자의 수수료율을 낮출 때마다 카드 회원에게 제공하던 무이자할부서비스를 비롯해 자동차·생활정보·서비스 등 가맹점 할인(혹은 적립) 혜택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그동안 고객이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으로 인식된 서비스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회비를 올린 카드사도 눈에 띈다. 한때 2000~3000원 수준이던 연회비는 이젠 1만원 이하짜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올랐다.

정치권이 영세자영업자를 위하고 싶다면 특정기업만 압박해서는 좋은 해법이 나올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피해대상이 고객이거나 카드사 혹은 카드사의 하청업체인 또 다른 영세업체일 수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공약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처럼 카드사를 압박하고 그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간다면 이젠 소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현금 없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카드는 결제수단의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고객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때론 혜택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를 축소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더 큰 소비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민도 언제부터인지 영세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불편하게 보는 카드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이기적인 공약으로 카드소비자와 영세자영업자 간 감정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대선시즌만 되면 벌벌 떠는 카드사의 숨통을 조인다고 해서 영세가맹점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젠 보다 합리적이고 원활한 소통으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