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음악 범패는 불교의식인 영산재(靈山齋,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지정)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대중에게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영산재는 죽은 이의 왕생극락을 발원하고 산자에게는 행복을 발원하는 뜻깊은 행사다.
범패는 이 영산재를 비롯해 상주권공재, 생전예수재 등 불교의 5가지 의식(재)에서 불리는데 특히 영산재가 대표적이다.
“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죠. 차분하면서도 때로는 강렬한 흐름을 느끼는 것이 바로 범패입니다.”
영산재 보존도량인 봉원사(奉元寺)에서 현성스님(중요무형문화재 50호 이수자)을 만났다. 현성스님은 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을 기념해 오는 4월3일 세종문화회관서 열리는 봉축음악제 범패공연의 법주(法主)를 맡는다.
이번 공연은 니르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갖는 2번째 무대다.
현성스님은 14세에 봉원사에 출가한 뒤 구해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예능보유자)을 사사하고 44년 동안 범패에 정진 중이다. 구해스님 역시 봉원사 송암에게서 범패를 배웠다. 송암은 일제강점기 사찰령(寺刹令)으로 끊길 뻔했던 범패의 명맥을 이은 범패승이다. 이 송암을 비롯해 벽응, 운공 등이 대표적인 범패승으로 근래에 지광스님까지 이르렀다.
봉원사는 우리나라 범패의 산실로 범패 전문 교육과정인 옥천범음대(玉泉梵音大)를 운영 중이다. 옥천(玉泉)은 지금의 쌍계사(雙溪寺)의 옛 사찰명인 옥천사(玉泉寺)를 차용한 것으로 당나라서 귀국한 진감선사가 어산(범패)을 가르친 곳이다.
옥천범음대는 1963년 전신인 옥천범음회를 시작으로 현재 12회 수료생을 배출했다. 현성스님은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한다. 입에서 입으로 무릎에서 무릎으로 오랜 세월 배워야 하고 또 아침저녁으로 반복해 암송하기 때문에 범패의 길은 지난하다.
“이번 공연은 융화입니다. 한국음악과 문화의 뿌리인 범패와 서양악의 전통인 오케스트라가 만나는 거죠. 마치 수려한 자연의 소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멋진 건축이 절묘하게 만나는 듯 두 개 문화의 융화를 느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공연에서 그랬듯 범패를 대중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서양악인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것은 범패를 보다 많은 이들이 느끼도록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교를 뛰어 넘은 종합예술로서 보시면 됩니다. 범패의 전통을 지키되 무대공연이 되도록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꼼꼼히 챙겨 예술로 승화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음악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정리하고 작곡가, 기획가와 논의를 많이 한 것도 이때문이죠.”
현성스님은 범패를 무대공연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접목해 범패의 전통을 빛내는 한편 대중화를 꾀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전통도 빛나고 공감대도 올라가겠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함으로써 한국적인 클래식으로서 범패가 보다 더 가까워지고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