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모씨(34)는 출근하자마자 커피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신 후 음식배달 앱을 실행해 팀원들과 함께 먹을 한식도시락을 주문한다. 이어서 퇴근 후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한 레스토랑의 예약버튼을 눌러 창가 자리를 선점한다. 마지막으로 주말 결혼식을 올리는 옆 팀 직원에게 카카오페이로 축의금 5만원을 송금한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IT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요즘엔 커피나 음식 주문 등 간단한 배달서비스는 물론 호텔 룸서비스, 은행대출 등 직원과 대면해야 가능했던 서비스까지 손가락만 움직이면 바로 해결된다.


비대면서비스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각종 IT기술 덕분이지만 직접 대면함으로써 감정이 소모되는 일을 줄이려는 사용자의 심리적 요인도 한몫한다.

IT기술을 방패 삼아 서비스업종 종사자와 얼굴을 마주하거나 전화로 대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대면서비스를 ‘디지털 실드’(Digital Shield:디지털 방패)라고 칭한다. 서비스업종 종사자와의 대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소모를 비대면서비스가 방지한다는 것.

◆대리운전·호텔 룸서비스 등 다양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와 닿는 비대면서비스는 택시와 대리운전 앱이다. 한밤중 회식이 끝난 후 택시를 잡으면서 택시기사의 눈치를 볼 때가 있다. 목적지가 너무 가까울 경우 택시기사가 달가워하지 않아서다. 이럴 때 택시 앱을 이용하면 목적지에 부합하는 택시가 응답하므로 승차 후 목적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돼 서로 편하다. 대리운전서비스도 마찬가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면서 비대면으로 가능한 은행업무의 범위도 늘어났다. 가입한 적금이 있으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수 있다. 온라인으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면 복잡한 약관을 읽고 각종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내 통장잔액과 신용등급을 확인하는 은행직원과 마주할 일이 없어 심리적으로 편하다.
비대면서비스 덕분에 해외여행에서 외국어 구사능력 부족으로 곤욕을 치를 일도 줄어들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번역 앱이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여행 중 외국어로 인한 불편함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호텔 앱을 이용하면 호텔직원과 대화하지 않고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이처럼 비대면서비스는 낯선 사람과의 감정소모를 줄이고 싶은 기성세대부터 친구들과 소셜미디어로 교류하면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세대까지 폭넓게 이용한다.

◆구글 등 한국인 개인정보 수집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만큼 부작용도 만만찮다. 비대면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면 디지털실드 효과로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든다. 또 사생활 노출도 우려된다. 이에 ‘프라이버시 실드’(Privacy Shield)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대면서비스의 편리함에 젖어 모든 생활을 디지털화하면 나의 사생활이 디지털로 기록되는 문제에 직면한다. 기록된 디지털 자료는 잘 이용하면 맞춤형서비스를 위한 단서로 쓰이지만 해킹당하면 나의 모든 사생활과 동선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4년과 2015년 국내 시민단체들은 구글코리아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국인 회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이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해외에서 회원의 개인정보를 관리한다는 이유로 국내법이 아닌 미국법에 따르겠다고 주장했다. 2010년에도 구글은 스트리트뷰서비스를 위해 거리 곳곳을 촬영하면서 불특정다수의 무선네트워크로부터 이메일 등의 정보를 불법수집해 논란이 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미국 정보기관이 야후를 통해 수억명의 개인 이메일을 감시한 사건을 지적하며 ‘세이프 하버’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고 프라이버시 실드를 체결했다. 세이프 하버는 2000년 미국기업이 EU 주권 지역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미국으로 이전해 보관하도록 맺은 협정이다.

프라이버시 실드는 미국기업이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협정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행정부도 전임 오바마행정부와 EU가 맺은 개인정보협약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국적기업의 불법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한국정부는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도 프라이버시 실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

지난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다국적기업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2010년 구글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삭제하는 데까지 4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인 인터파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3개월 만에 원인과 사후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물론 EU가 미국과 프라이버시실드 협상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년에 걸친 소송과 협의 끝에 얻어낸 재협상이다. 개인정보 보호권리를 한번 내주면 되찾기 쉽지 않음을 반증한다. 국내에서도 IT서비스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 프라이버시 실드의 권리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