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5시부터 본격적인 초고화질(UHD) 방송시대가 개막된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이날 수도권 지역부터 UHD 방송을 송출한다. UHD 방송의 성공을 위해 국회도 ‘황금주파수’인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지상파 3사에 배분했지만 전국민의 95% 이상이 IPTV 등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현실에서 지상파 직수신을 통한 방송서비스 제공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3사가 31일 오전 5시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2015년 7월 지상파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를 할당받은지 2년만이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 지상파를 통한 UHD 방송을 볼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다. 직접 수신을 통해 UHD 방송을 보려면 미국 방식의 UHD TV가 필요하다. UHD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도 필요하다. 미국 방식의 UHD TV는 올해 초 출시돼 현재 약 100대안팎의 판매 실적을 보인다. 보급대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UHD TV를 볼 수 있는 시청자가 없다는 말이다.
큰돈을 들여 UHD TV를 구매한 ‘얼리어댑터’들도 지상파 UHD를 보기는 어렵다.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은 유럽방식 UHD TV다. 국내에서 100만대가량 팔린 유럽방식 UHD TV도 이번에 시작되는 지상파 UHD 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가 필요한 셈이다. 셋톱박스는 약 4~7만원 선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별도의 비용을 들여 셋톱박스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국내는 IPTV 등 유료시청자가 95% 수준이고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 TV를 시청하는 사람은 5% 남짓이다. 문제는 직수신 시청자가 이처럼 많지 않음에도 국회와 정부는 지상파 UHD 방송에 1조원가량의 주파수를 공짜로 줬다. 다른 국가처럼 통신에 배분했으면 막대한 국가 수입이 생길 수 있었던 상황. 지상파 3사가 주파수를 받아 사용하는 대가로 국가에 지급하는 금액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전부다.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는 ‘표심’에 눈이 먼 국회가 있다. 2014년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총신위원회는 700㎒ 주파수의 ‘방송용 분배’를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당시 미방위는 “주파수 경매가 아니라 주파수 강매”라며 미래부를 압박했다. 주파수 대역을 원하지도 않는 이통사에 주는 것보다 지상파 UHD 배분계획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지상파 UHD를 도입한 이유로 “IPTV 대항마는 지상파가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료방송도 결국 IPTV가 장악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항마는 지상파”라며 “국민들에게 무료로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통신업계는 “(지상파 UHD가)보편적 서비스인지 유료서비스인지 역할에 대한 규정부터 필요하다”며 “사회가 부담해야할 기회비용은 물론 이에 대한 합의도 전혀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