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드러내며 멋지게 연설하는 리더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만 멋진 말하기는 타고난 재능이며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한 리더들이 단 한번의 스피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고 나면 이런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 연설에서 연설자의 숨고르기와 눈 깜빡임, 그리고 단 한번의 손짓까지 모든 것은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며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백주아 EZ스피치 이사. /사진제공=EZ스피치

◆ 스피치 어려움, 어쩌면 당연해

백주아 EZ스피치 이사(35)는 수많은 기업인들의 말하기 조력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팀장급 임원부터 중소·중견기업 CEO와 고위직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지난해만 약 80명에 달하는 리더들이 그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가 코칭하는 말하기란 비단 연설에 한정되지 않는다. 팀장의 경우 회사를 대표해 대외적인 발언을 해야하는 일이 많으므로 그를 찾는 일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실무 담당자들도 상부 보고 등 사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코칭을 받는다. 기업의 일반적인 보고나 회의 등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심지어 그를 찾아온 사람 중에는 말을 하는 게 직업인 변호사도 있었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법정에선 떨리지 않는데 로펌 회의장에만 가면 주눅이 들어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연구직이나 생산현장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임원직에 승진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범접할 수 없는 역량을 가졌음에도 경영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고전하기 일쑤다.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 올라갈수록 내뱉는 말 한마디의 무게감이 커지는데 커리어를 쌓으며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라며 “생각보다 많은 리더가 ‘말하기’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방송통신장비회사 한국지사에서 세일즈 팀장을 역임하는 등 커리어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스피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빠른 승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점차 스피치 역량이 중요해졌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돼 있던 것.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기업인이 많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스피치 코칭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할 때 스피치를 주제로 너무도 다양한 서적이 나오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스피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느꼈다”며 “어느새 스피치 능력은 현대인의 빼놓을 수 없는 소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EZ스피치

◆ 당신 빼고 모두가 배워요

백 이사는 “많은 기업인이 스피치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유는 단순히 부끄러워서다. 한 회사에서 수십년간 일하며 중역위치까지 올라왔는데 ‘말’을 배운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백 이사는 그럴 때면 “회의장에서 만나는 사람 중 당신만 빼고 모두가 스피치를 코칭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말하기는 업무에 있어서 핵심역량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남몰래 말하기를 배우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백 이사의 임원급 대상 스피치 코칭도 대부분 일대일로 이뤄진다. 분 단위 스케줄을 소화하는 임원들의 일정을 한데 묶기가 어려워서기도 하지만 말하기 수업을 받는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이유가 더 크다.


스피칭을 배우러 오는 사람 중에선 ‘일 못하는 사람들이 꼭 말로 때우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백 이사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기술을 알리고 전달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다”며 “자기 분야에서의 실력은 기본소양이고 실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능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 진행되는 코칭은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백 이사는 “업무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다르고 각자 원하는 스피치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 초반에는 심층면담을 통해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스피치를 해야 할 일정을 앞두고 속성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고 평상시 말하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심층 면접을 통해 설정한 목표들을 구체화하고 단계적 미션을 통해 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무원이나 전문직 등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기업인 클라이언트가 가장 많다. 그는 “IT기술 기반 기업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은 덕에 해당 분야 기업인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코칭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코칭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말하기를 가르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속한 EZ스피치는 일반 기업 사원이 필요로 하는 역량인 프리젠테이션 스피치와 취업준비생을 위한 면접 스피치 등의 수업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자매사인 EZMC를 통해 스피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MICE산업 성장에 따라 스피치 전문인력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는 “EZMC에서는 다양한 기업 행사와 결혼식 등에 전문 사회자를 연결한다”며 “단순히 기업과 아나운서를 연결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스피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