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와 청소용역업체 A사. 지난 10여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두 회사가 6억원대 소송을 놓고 맞붙었다. 명절 때마다 되풀이된 상품권 강매는 물론 청소원 인건비, 청소약품 구매 강요 등 홈플러스가 수년간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게 A사의 주장. 반면 홈플러스는 과거 불법 관행을 모두 척결했고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머니S>가 홈플러스와 A사가 얽힌 쟁점을 집중 조명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홈플러스 갑질 민낯’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상품권 강매 논란
② 부당이득 챙기기-청소약품, 왁스 횟수 등
③ 재계약 빌미 '을 부려먹기' - 포장용 폐박스, 화물차 사용료 등
④ 미화원 사망사고 ‘책임공방’
⑤ 한우 절취사건 진실은?
⑥ 진짜 ‘상생’이란 무엇인가
“2014년 10월22일, 10월30일 한우 양지 국거리용 상품을 계산하려고 했는데 근무복을 입고 있어 주임님 눈치를 보다가 우발적으로 빈 계단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한우 양지 100g에 5만원?… “터무니없는 금액”
홈플러스 북수원지점에서 청소용역을 담당하던 김향자씨(가명·당시74세). 김씨는 근무 도중 고기를 훔쳤다가 적발됐다. 당시 김씨가 두차례 훔친 것으로 알려진 품목은 5가지. 4가지가 양지 국거리용, 나머지는 소갈비 양념 제품으로 합산금액은 14만3000원이다. 김씨는 사건 발생 3일 후 해당 절취품을 모두 변제했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 A사는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해당 점포에 대한 용역해지 통보를 받는다. 해지 사유는 절취 사고로 인한 계약 종료. A사와 홈플러스가 맺은 계약서에는 10만원 이상 절취 적발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A사 관계자는 “김씨가 작성한 절취 확인서에는 뭐를 훔쳤는지에 대한 품명도 없고 홈플러스 측에 CCTV 등 기본적인 사실증명을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사건 당시에는 경위만 전해 들었지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두달 뒤에 갑자기 확인서와 영수증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A사는 계약해지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홈플러스 측의 정확한 사실 해명을 듣기 위해 홈플러스와 용역계약이 모두 종료된 뒤인 지난해 11월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9일엔 해당 사건 관련 3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피고 측 변호인은 “김씨가 결제한 영수증을 보면 한우양지 100g에 4만5000~4만9000원으로 돼 있는데 당시 시세가 6000~7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A사는 현재 홈플러스 측에 사실조회 신청을 해 놓은 상태.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홈플러스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는 게 A사 측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자필 확인서, 14만원짜리 영수증을 근거로 용역계약을 해지했음에도 홈플러스는 당사가 추가로 요청하는 사실조회 신청에 묵묵무답”이라며 “7월 초까지 답변이 오지 않으면 별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절취금액이 1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절취사건에 대한 확인서를 모두 받았고 당시 (김씨가) 절취한 고기가 100g 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5만원 돈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A사가 당사와의 계약 해지에 따른 불만으로 상대적으로 더 을에 속하는 청소 미화원인 개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냐”며 “절취사건 당시 A사측 담당자도 현장에 나와 있었는 데 이제와서 추가 증거를 요청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2달 뒤 해지통보가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다른 업체가 들어올 물리적인 시간과 인수인계, 섭외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절취 여파' 9개 사업장도 계약해지
A사 대표는 그러나 “70대 노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리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선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훔쳤는지, 관리인원 동석 하에 조치가 이뤄진 것인지, 담당자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으니 우리 입장에선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더 황당한 것은 해당 사건으로 북수원점과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이듬해 남은 9개 사업장 전체의 해지 사유로 엉뚱하게 해당 점포의 산재사고와 절취사건을 들었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 것”이라고 토로했다.
본사와 용역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라는 점에서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되곤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도움을 주고 ‘윈-윈’(win-win)하는 사이라는 뜻에서다.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갑을관계로 인해 공생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비단 홈플러스와 A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분야를 막론하고 갑을 관련 분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을 통해 역설적으로 갑을관계, 본사와 용역업체 간의 관계가 단단해진다고 본다. 긴 분쟁을 통해 ‘노예 계약’으로 불리는 불합리함이 조금씩 개선되고 '을의 권리'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갑을관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기보다는 A사처럼 분쟁에서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한쪽이 이익을 편취하지 않고 서로의 성과와 이익을 존중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기사 다시 보기 ① 상품권 강매 논란, ② 부당이득 챙기기, ③ 재계약 빌미 '을 부려먹기', ④ 미화원 사망사고 '책임공방')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