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이 주장은 핀테크(금융+기술) 발달로 저축은행에서도 비대면채널이 확대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지역별 영업 기반의 경계가 더욱 허물어질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취지 하에 설립된 만큼 관련 규제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5월 새정부 출범 직후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제한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공식 요구했다.
권역별 의무대출비율은 저축은행이 해당 권역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는 규제다. 저축은행 영업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개로 나뉘는데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제8조의 2)에 따라 서울지역과 인천·경기지역의 저축은행은 해당 지역에서 전체 대출 중 50% 이상의 대출을 취급해야 하며 이외 4개 영업권의 저축은행은 이 비율을 4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요구한 규제 완화는 이 비율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모바일·온라인 등 비대면채널을 통해 대출을 실행하면 영업권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데 이 규제가 저축은행이 비대면대출 취급을 늘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재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비대면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 중인 모바일계좌개설 애플리케이션(SB톡톡)으로 대출실행이 가능해지면 비영업권 대출고객이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SB톡톡은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SB톡톡을 통해 개설된 계좌 수는 지난 12일 기준 요구불예금 1만4496건(662억원), 정기예금 8699건(2408억원), 정기적금 1903건(24억원) 등이다. 영업점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전국 45개 저축은행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내년 상반기 중 이 앱으로 각 저축은행 대출상품 취급이 가능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요구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역 외 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닌 데다 지역기반의 서민금융기관이 시중은행처럼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려 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새 금융위원장이 부임하지 않아 공식 당국입장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실무적으론 저축은행은 저축은행답게 은행과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제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2001년 3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며 현재의 영업환경을 구축했는데 서민금융 환경이 변하는 만큼 제도정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거의 영업환경 기준으로 규제를 시행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모바일대출 건에 대해선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제한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적절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규제가 완화되면 대출금리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규제로 모바일대출이 의무대출비율 제한규제를 어길 만큼 당장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규제 완화는 저축은행이 중금리신용대출을 늘리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연구위원은 또 “수도권과 지방간 서민금융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서민에 대한 금융기관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규제 완화 시 지방의 소형업체들이 더 확고한 지역기반을 갖추게 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현재 이에 대한 논의가 없지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