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 내린 8394.65,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8.13% 급등한 920.57에 마감했다./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강한 상승세와 높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수가 오르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하루에도 시장 분위기가 냉온탕을 오가는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준다. 이러한 기류는 한국거래소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총 28회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 15회, 매도 13회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발동 횟수인 26회를 불과 상반기 만에 넘어선 수치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시장 안정 장치다. 평상시에는 연간 0~3회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의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실시간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거나 달아오르면서 특정 업종과 테마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단기간에 상승 흐름에 편승하려는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이 강해지면서,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순식간에 진입했다가 이탈하는 구조다.

행동재무학적으로 과열과 냉각의 주기가 이토록 짧아지면 주가가 오를 때도 과도하게 오르고, 숨고르기를 할 때도 걷잡을 수 없이 밀리는 현상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 구조의 변화 역시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원인이다. 2008년과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는 전체 거래에서 컴퓨터 알고리즘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오늘날의 자동화 매매 시스템은 미세한 가격 변동을 포착해 1초에 수천 번씩 주문을 쏟아낸다. 시장이 한쪽으로 방향을 잡는 순간, 인간이 판단하기도 전에 기계적 주문 폭탄이 가세하며 변동성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구조다.


게다가 특정 우량주로만 거래가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의 호가벽이 취약해졌다. 그 탓에 적은 주문량으로도 주가가 쉽게 요동치며 사이드카 발동을 유발하게 된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신용거래 확대 역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상승장에서는 투자 수요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반대매매와 차익실현이 겹치면서 주가의 등락폭을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시장 흐름이 이처럼 빠르게 움직일수록 투자 원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기적인 상승에 지나치게 기대거나 일시적인 하락에 과도하게 흔들리기보다, 분산투자와 분할매매,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 계획을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제 변동성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시 관리해야 할 투자 환경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 기록적인 사이드카 발동은 현재 한국 증시가 높은 기대와 높은 변동성을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무게감이 깃털처럼 가벼워질수록 역설적으로 투자자의 원칙만큼은 대지처럼 무거워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상승 랠리의 아찔한 유혹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라는 차가운 나침반을 놓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만이, 이 참을 수 없는 국장의 가벼움이 만들어낸 풍요로운 과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수확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강동희 신한은행 신한 프리미어 PWM 강남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