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시대다. 기술은 진보하고 인구는 줄어든다. 저성장과 고령화는 고착화된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도 눈앞에 와있다. 그 와중에 북한과 중국의 리스크는 계속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논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최고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또 사장으로 30년간 일하며 자본시장의 중심에 섰던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만났다. 그는 어느 산업보다 역동적인 증권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혜안을 길렀다. 은퇴 후 ‘미래학자’라는 타이틀을 그냥 거머쥔 것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우리 경제의 현안과 4차 산업혁명, 자본시장의 미래, 앞으로 주목받을 인재상에 대해 들어봤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 /사진=임한별 기자


◆한국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한다


- 현재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당장 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상황이다. 한국은 오히려 잘 헤쳐 나가고 있다.

- 앞으로 한국경제에 닥칠 위기가 있다면.
▶우리 경제는 경제적 요인보다 사회적 요인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최근 발생한 북핵리스크도 우리한테 중대한 위협 중 하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령화다. 인구가 감소하면 수요와 노동력이 함께 줄어 한국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또 중국도 문제다. 현재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앞으로 중국이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이 큰데 이때 한국은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한국으로선 두더지 잡기처럼 계속 위기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성장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국가가 있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국가는 없다. 한국은 아주 독특한 나라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민성향이 굉장히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다. 또 전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스스로 만들고 찾아가야 된다. 혹시 다른 나라 사례를 받아들인다면 그 나라가 잘하는 부분만, 이를테면 북유럽의 복지사례를 가져온다면 우리나라에 맞게 변형해서 들여와야 한다. 총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나라는 없다고 본다.

- 선진국에 비해 더 힘들게 성장하지 않을까.
▶한국의 성장세를 보면 세계기록감이다. 한국이 워낙 고성장했기 때문에 현재 성장률이 낮아 보이는데 일본을 보면 1980년대에 이미 성장률 2~3%대에 진입했다. 그 후 세계적인 선진국이 됐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4차 산업혁명, 기계가 못하는 일 찾아라

-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다. 앞으로 5차 산업혁명은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공부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계는 없다. 동물 중에서도 인간을 제외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종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모든 분야를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서 이미 우위를 점했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려면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있어야 한다. 배터리는 한국이 1위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또 우리나라처럼 통신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도 드물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졌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약간 늦었다는 자괴감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거대한 변화다. 이미 한국은 알게 모르게 4차 산업혁명을 진행했다. 스마트팩토리로 기업이 효율화를 추구하는 게 그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1000억원의 이익을 내기 위해 1조원 매출을 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8500억원 매출로도 같은 이익 달성이 가능해졌다. 다시 말해 우리 기업들이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공장자동화와 관련된 다양한 투자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 부분을 더 강화한다면 한국은 충분히 4차 산업혁명의 강국이 될 수 있다.


-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우려된다.
▶AI가 일자리를 뺏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라벡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기계가 잘하는 걸 사람은 잘 못하고 사람이 잘하는 건 기계가 잘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산수를 암산 또는 주판으로 했지만 이젠 엑셀에 넣으면 0.001초 만에 끝난다. 반면 어렸을 때 봤던 로봇은 30~40년이 지난 지금도 계단을 제대로 못 올라간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최근 <인재(人災) VS 인재(人材)>라는 책을 출간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인재라고 알고 있던 인재가 오히려 재앙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으로의 인재는 일만 열심히 하면 안된다. 변화와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제시한 키워드가 ‘관·철·격·류’다. 미래를 보고(觀) 삶의 철학을 갖고(哲) 리더의 품격(格)과 자신만의 독특한 풍채(流)를 지닌 인재가 세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 ‘관철격류’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태평양에 있다. 가장 넓으니까 가장 깊은 거다. 마찬가지로 지혜를 담기 위해 우리도 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식을 풍부하게 알아야 한다. 상식을 재조합하는 게 창조다. 젊은 사람일수록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한가지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상식을 많이 쌓아놓고 나이가 들면서 전문성을 파고들어야 성과가 난다.

◆금융시장, ‘Risk’와 ‘Danger’ 구분해야

- 한국 증권업이 발전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금융은 문화다. 제조업은 공장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지만 금융업은 다르다. 5000만 국민 모두가 금융의 중요성과 투자원칙을 알고 이것을 문화로 가져가야 금융업이 발전한다. 세간에서는 한국 금융시장이 후진적이라고 말한다.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금융업이 가장 발전했다. 우리나라 금융은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시작됐다. 이제 20년째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미 금융을 통해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가 많다. 특히 증권업은 자본시장의 선봉장으로 경제를 리드하는 모습이라 발전 가능성이 많다.

- 증권업에서 부족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은.
▶우선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전반적으로 보면 ‘리스크’(Risk)와 ‘데인저’(Danger)의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예컨대 어떤 산에 ‘낙석주의’라는 푯말이 붙어있다면 이 산에는 언제 돌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 산을 넘으면 안된다. 이게 ‘데인저’다. 반면 날씨가 많이 추워 길이 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천천히 운행하거나 스노우체인을 차에 장착하는 등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면 이건 ‘리스크’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모든 위험한 투자를 전부 ‘데인저’로 본다. 사실 증권사들이 앞장서서 모험투자를 해야 하지만 한국은 한번 실패하면 아예 매장되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는 장기 경영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경영진이 너무 빨리 교체된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도 5~10년을 투자해야 성과가 나는데 경영자에게 3년 내로 성과를 내라고 한다면 전반적인 투자와 경영패턴이 너무 단기화된다. 따라서 좋은 상품이 안 나오고 큰 수익을 놓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 마지막으로 코스피시장을 전망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주가전망이다. 주가전망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느냐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숫자다. 10년 후 주가가 좋다는 건 10년 후 한국이 좋은 나라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매년 2~3% 성장하고 물가도 2% 오른다면 주식시장은 연간 4~5%씩 꾸준히 올라야 한다. 그러나 정기예금 금리가 2%를 넘지 않으니 자산보유비중에서 주식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최근 적폐청산과 기관투자자의 의견행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나오면서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경우 비합리성이 개선되고 배당 등 주주가치가 늘어나 투자할 만해진다. 따라서 지금처럼 북핵리스크로 어려운 시기에는 분할해서 주식을 많이 모아놓아야 한다. 집 살 때 생각해서 양도소득세 면제기간인 3년을 주식투자에도 적용하면 은행예금보다는 분명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프로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1986년 대우증권 입사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우증권 홀세일사업본부 본부장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 소장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