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동물복지 농장과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졌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가축이 수천만마리 살처분될 때는 관심이 없다가 사람이 먹는 달걀에서 살충제가 나오자 전 국민이 동물복지 축산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하고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2012년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현재 돼지, 육계, 한우·육우, 젖소, 염소, 오리 농장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농장은 ▲산란계 94곳 ▲돼지 13곳 ▲육계 23곳 ▲젖소 8곳으로 총 138개뿐이다. 가장 많이 인증된 산란계 농장의 경우 전체 농가 중 동물복지 농장의 비율이 8%가 안된다.

돼지고기와 소고기에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 표시를 하려면 동물복지 농장에서 키운 동물을 동물복지 인증 차량으로 도축장까지 운송한 뒤 동물복지 인증 도축장에서 도축해야 한다. 달걀과 우유의 경우에는 동물복지 농장 인증만 받으면 동물복지 축산물 표시를 할 수 있어 한결 수월하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나 흘렀음에도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비율은 낮다.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고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는 최종 축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열심히 생산한 동물복지 축산물이 ‘가격’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면 동물복지 농장은 운영이 어려워진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동물복지 농장주들은 판로 개척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동물복지라는 말을 모르는 소비자는 없을 테고 최근 동물복지 축산물에도 관심이 많다”며 “그러나 축산물 가격이 올라갈 경우 비싼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입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낮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입해야만 동물복지 농장이 확대되고 동물복지 축산물도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동물복지 축산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유럽에서는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축산물을 이용하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가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많은 국민이 살충제 달걀 사태를 계기로 동물복지 축산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그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입할 준비가 돼 있는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