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롯데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 청사진을 제시하며 다짐했던 약속이다. 그로부터 1년여.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숙원이던 한국 지주회사의 닻을 올리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신동빈 회장은 ‘뉴롯데’의 안정적 출항을 위해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쇄신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롯데가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3가지 과제가 있다. 

◆신동빈 원톱 체제 ‘뉴롯데’ 윤곽


롯데그룹의 모태회사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상장 계열사(롯데제과∙쇼핑∙푸드∙칠성음료)의 투자부문이 합병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지난 12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공식 출범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지주 출범식을 열고 공동대표로 신 회장과 황각규 롯데경영혁신실장, 사내이사에 이봉철 롯데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을 임명했다.

롯데지주 대표에 오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섰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이 13.0%인 데다 한국롯데그룹 계열사(27.20%), 롯데재단(5.0%)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반면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각각 0.3%, 4.5%에 그친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롯데제과∙쇼핑∙푸드∙칠성음료 등 4개사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 롯데쇼핑 주식 0.47%(15만주)만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체제에서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로 완벽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모습이다.

롯데지주는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실로 구성되며 전체 임직원 수는 170여명 규모다. 주 수입원은 배당금, 브랜드 수수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수수료는 각 회사의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5% 수준이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이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138개사다. 롯데는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28개 계열사를 추가로 지주사에 편입할 계획이다. 


◆남은 3가지 과제… “호텔롯데 상장 계속 검토”
다만 롯데가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남은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번째 과제는 주요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룹 시스템통합(SI)사업을 맡은 롯데정보통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롯데리아, 멀티플렉스 영화관 롯데시네마 등이 대상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달 롯데정보통신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추진했다. 롯데시네마는 롯데쇼핑에서 떼어내 빠른 시일 내에 상장할 방침이다. 

두번째는 남은 순환출자고리를 내년 3월까지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50개까지 줄였다. 여기에 이번 지주사 출범으로 롯데제과∙쇼핑∙푸드∙칠성음료가 상호 보유하던 계열사 지분관계가 정리돼 순환출자고리가 13개로 더 줄어들지만 이를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

또 다른 난제는 금융계열사 처분 문제다. 롯데지주는 출범 후 2년 안에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이비카드 등 10개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의 금융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롯데는 10여개의 금융계열사를 지분매매,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의 방법으로 2년 안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는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등 제도적 보완장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새정부가 들어서며 이 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중간금융지주사법은 일반지주회사 아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롯데 금융계열사의 유력한 지분 정리 방식으로 외부 매각을 꼽는다. 이에 롯데카드와 더불어 롯데손해보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롯데카드의 경우 롯데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롯데손보는 적자가 계속되는 데다 자본확충까지 필요한 상황이라 롯데 입장에선 롯데손보를 매각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호텔롯데의 금융계열사 인수 가능성도 점친다. 

롯데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금융사의 경우 중간금융지주를 허용할지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관건은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당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배력을 줄이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했으나 계획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롯데지주 밖의 주요 계열사 최상단엔 호텔롯데가 있다. 지주사가 출범했지만 호텔롯데에 지배받는 구조인 셈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마무리돼야 완전한 지주회사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한 뒤 롯데지주와 최종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호텔롯데 상장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를 계속할 것”이라며 “행위제한 요건들을 충족하고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