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진=뉴시스 DB

내년 1월1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을 앞두고 금융지주와 은행의 고심이 깊어졌다. 강도 높은 회계기준 도입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커져서다.
IFRS9은 대출만기까지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추산한다. 지금은 1년간 부도확률을 계산해 그때마다 대손비용을 쌓았지만 여신 만기까지 부도확률을 계산하면 대손비용이 늘어나 실적악화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수조원대 순익을 내는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실적도 한풀 꺾일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IFRS9 도입으로 내년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전입금액이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추정치 5조7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40.3%) 늘어난 규모다.


◆수은, 골칫거리 KAI 주식 매각하나  


한국항공우주(KAI)의 주식을 보유한 수출입은행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IFRS9이 적용되면 주식을 매각해 이익이 생겨도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되지 않고 자본만 늘어난다.

더욱이 내년에는 건전성지표인 바젤Ⅲ가 강화돼 보유주식의 위험가중치도 100%에서 300%로 3배 이상 오른다. 따라서 현재보다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되는데 주식을 매각해도 순이익에는 변함이 없어 셉법이 복잡하다.

현재 수은은 KAI지분 2572만주(26.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건전성을 끌어올리려면 KAI주식을 매각해야 하지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측은 “KAI는 국내에서 유일한 항공방위산업체로 지분을 매각하려면 지분인수 회사의 적격성을 평가해야 한다. 지금은 금융당국과 수은이 검토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KAI의 검찰수사가 개인비리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양상이어서 수은이 회계상 손실을 입을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문제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KAI 주가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KAI의 분식회계 의혹 특별감리를 벌이고 있으며 연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안을 마련하고 내부절차인 심사조정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 17일 기준 KAI 주가는 5만2400원으로 분식회계 의혹 이슈가 불거졌던 8월 저점(3만5750원) 대비 1만6650원(31.7%) 올랐다. 하지만 금감원의 감리결과 분식회계 혐의가 밝혀지면 또다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은은 그만큼 회계상 손실을 처리해야 한다.

KAI의 주가상승을 이끌 실적기반도 부실하다. KAI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40.8% 감소한 4770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91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 납품이 지체되고 체계결빙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빅베스) 결과다.

KAI 측은 “지난달 말 김조원 사장 취임 후 경영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4분기부터 수리온 납품을 재개하고 미국에 훈련기 T-50를 수주하는 걸 감안하면 실적과 주가의 동시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랠리에 “배당수입 포기 못해
알짜주식을 보유한 시중은행도 기업 주식매각에 골머리를 앓는다. 내년에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식매각에 나서야 하지만 쏠쏠한 배당수익을 놓치기는 아쉽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이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지분매각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이 2002년 하이닉스 출자전환으로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을 약 500만주 갖고 있다가 올해 50만주가량을 팔아 순익 400억원을 확보했다.

하나금융은 연말까지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 처분할 계획이지만 반도체업계 호황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주식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8만3000원으로 연초 개장일 4만5800원보다 3만7200원(44.8%) 증가했다. 하지만 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과 지난달 말 8만원대 후반까지 올랐다가 이달 중순 8만원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주가변동이 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에는 수요공백을, 하반기에는 공급과잉이라는 이중고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여력이 꺾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내년 하반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글로벌 생산업체들이 SK하이닉스의 주력상품인 DRAM(디램) 신규 라인양산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 측은 “올해 말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전부 매각하면 좋겠지만 주가변동이 심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좋은 가격이 됐을 때 매도 타이밍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달리 아예 상장기업 지분매각을 철회한 은행도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KT&G의 보유지분(6.93%)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2015년 12.39%에서 올 상반기 14.05%까지 올라 자본여력이 생겼고 KT&G주식 취득에 따른 배당수입이 지난해 말 기준 3518억원를 기록했기 때문.

기업은행은 내년부터 KT&G 보유주식의 위험가중치가 318%로 늘어 자기자본비율이 0.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자기자본비율이 14% 수준이어서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기준 KT&G의 주가는 11만6000원으로 지분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 추후 배당수입을 감안하면 KT&G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KB금융도 SK 주식 175만주(2.49%), 포스코 157만주(1.81%) 매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내년이면 상장주식 매각으로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다”며 “은행과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좋아 당장은 유가증권 매각에 나서지 않지만 내년 해당 기업의 주가가 높아지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권이 IFRS9 도입에 따른 손익변동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재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유주식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은 보유한 상장주식이 위험가중치 상승으로 BIS비율을 떨어트리고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IFRS9 시행으로 충당금적립,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리스크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