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RBC에 ‘골머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25%포인트 올린 1.50%로 확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통화정책이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 이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그동안 “언제 올릴지 시기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정사실로 통했다. 이에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이어지자 시장금리는 오름세에 접어들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말 1.89%에서 지난 11월21일 2.16%로 0.27%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는 금리상승 시 자산운용률이 호전된다. 1990년대에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상품의 역마진 부담이 축소되고 대출자산의 이자마진 상승, 운용자산 수익률 개선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안정적인 채권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생보사는 투자이익률이 오른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마냥 미소 짓지 못하는 이유는 금리상승 시 RBC가 낮아지는 탓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률이 높아져 투자수익이 증가하는 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보유채권의 평가손실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가 하락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한국은행은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때 국내 보험사의 채권평가손실이 9조6000억원이고 보험사 RBC는 29.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사들은 올 초부터 금리상승 분위기가 이어지자 RBC 하락을 우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 수천억원대의 자본확충을 실시했다. 금융감독원도 보험사 RBC 하락 우려를 이유로 보험사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연 1회 이상 실시해 리스크요인에 선제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 유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올 초 한화생명은 채권 재분류를 실시했다. 매도가능증권을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싸게 살 수 있는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것.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 초 매도가능증권의 55%인 약 30조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했다”며 “재분류는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상승기가 이어져 내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계정의 경우 분류 시 3년 뒤에나 바꿀 수 있어 2015년에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분류한 보험사의 경우 당장 RBC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로 한 IFRS17(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는 2021년 이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발표한 생명·손해보험사의 올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시장금리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자기자본이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줄어든 108조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금리상승에 따라 자기자본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험사 스스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공시이율은 ‘요지부동’
하반기 이어진 금리상승 분위기에도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변동이 없었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공시이율은 3개월간 변화가 없었다.
삼성생명이 11월 적용한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은 2.50%, 저축성보험(연금제외)은 2.58%로 지난 10월과 같다. 한화생명 역시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각각 2.50%, 2.58%로 변동이 없었다. 교보생명도 보장성보험 2.55%, 저축성보험 2.50%로 동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이나 신한생명, NH농협생명, ING생명 등 타 생보사도 수개월간 전혀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은행의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공시이율이 상승하면 보험 해지나 만기 때 돌려받는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공시이율은 보험회사가 매달 운용자산이익률과 국고채 등 외부 지표금리를 반영해 정한다. 2014년까지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은 3% 후반이었지만 이후 저금리 기조와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으로 2% 초반대로 떨어졌다.
보험사 공시이율이 금리상승기에도 고정된 이유는 IFRS17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공시이율을 높여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릴 필요가 없어서다. IFRS17이 적용되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저축보험료는 수익으로 잡을 수 없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가 공시이율을 고정하는 이유다. 이미 대부분의 보험사는 보장성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상승기가 몇달째 계속됐지만 보험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며 “앞으로도 공시이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