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가상화폐거래소 유빗 입구./사진=뉴스1DB
해킹으로 인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산하는 가상화폐거래소가 생겼다. 중소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전 4시35분쯤 코인 출금지갑에서 전체 자산의 17%를 해킹당했다"며 "회사 유지가 어려워 파산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빗의 피해액은 172억원으로 알려졌다. DB손해보험의 사이버종합보험에 가입한 유빗은 사이버피해의 정확한 원인이 해킹으로 판명될 경우 3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전체 피해액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지만 어느 정도의 손실보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피해사례로 기존 혹은 신생 가상화폐거래소의 보험가입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빗의 사례가 또 언제 나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리스크 큰 거래소 보험가입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중 사이버종합보험에 가입한 곳은 전체 20여업체 중 빗썸과 코인원 단 두곳에 불과하다.

빗썸은 현대해상의 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코인원은 현대해상의 개인정보 배상책임보험에 각각 가입돼 있다. 보상 한도는 각각 30억원이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중 수십억원 보상 한도의 사이버보험가입이 가능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 빗썸과 코인원은 코빗과 함께 3대 거래소로 불릴 만큼 규모가 큰 곳이다. 중소거래소가 연 보험료만 1억~3억원에 달하는 사이버종합보험 가입을 쉽게 결정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유빗의 파산 후폭풍으로 다른 거래소들의 사이버보험 가입이 어려워진 점이다. 아직 유빗의 사이버피해 원인이 해킹으로 결론난 것은 아니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가상화폐거래소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액의 보험료를 받는다 해도 해킹 위험성이 큰 거래소 보험가입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이 거래소 보험가입을 꺼려할 이유는 또 있다. 최근 파산한 유빗은 보험사기 의혹도 제기된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임에도 30억원대 보험에 가입했다는 점, 보험가입 후 보름 만에 해킹을 당한 점 등으로 보험금을 노린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심지어 유빗은 지난 4월에도 해킹을 당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던 '야피존'이 이름을 바꾼 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사기 사실여부를 떠나 이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거래소 보험가입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은 현대해상과 흥국화재에서 각각 30억원대 사이버보험에 가입했다./사진=빗썸 제공
현재 유빗의 해킹사고는 경찰조사 중으로 피해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가입보험사인 DB손해보험는 해킹으로 피해 결론이 나면 보험금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60% 이상을 재보험사에 출자해 실제 부담금액은 1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수억원대의 손해가 난 것은 사실이다.
◆"중소거래소 안전 입증돼야 보험가입될 것"

가상화폐의 인기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보험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자율규제안은 ▲거래소 회원 요건 강화(자기자본 20억원 이상)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장치 마련 ▲본인인증 및 가상계좌 발급 시스템 강화 등이 골자다.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장치가 보험가입이 될 수 있겠지만 자율적인 규제안이라 강제성은 없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10월 보험사 2곳, 60억원대의 사이버보험에 가입한 빗썸 관계자는 "사이버 위험이 날로 커져 이를 대비하기 위해 업계 최대 보상 규모의 보험장치를 마련했다"며 "보험료가 고액이지만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장치 차원에서 보험가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업체인 빗썸의 자본금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거래소는 자본금이 1억원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투자자 예치금 보호장치나 보안시스템을 강화할 자금여유가 없다. 이는 이들의 신용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뜨면서 거래소가 늘어나지만 자본금 규모나 보안 문제 취약 등으로 이들의 신용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거래소 관련 보안 규제와 대책 등이 선행돼야 보험사들도 안정적인 거래소 보험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