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31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국립극장 극장장을 지낸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원장, 연극배우 박정자,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한국무용 안무가 배정혜, 황병기의 1호 제자인 이재숙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이 장례식장을 다녀갔다.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故) 황병기 명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인 1951년 6·25전쟁 부산 피난시절에 가야금과 처음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 명인 김영윤, 김윤덕, 심상건을 사사했다. 대학 2학년 때는 KBS 주최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고인은 1974년부터 이화여대 음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활동했다. 1985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 하버드대에서 객원교수로 지냈으며 1986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도 맡았다.
고인은 1975년 명동국립극장에서 발표한 대표작 ‘미궁’을 비롯해 신라음악을 되살린 '침향무',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에서 영감을 얻은 '비단길' 등 약 60년동안 창작활동을 해왔다.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와 음악을 혼합한 공연을 했고, 서울 명동국립극장에서 현대무용가 홍신자와 공연을 함께하기도 했다.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도 폭넓게 교류했다.
고인의 마지막 공식 연주는 지난해 9월14일 롯데콘서트홀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이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자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침향무'를 직접 연주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인 소설가 한말숙씨와 아들 준묵(한국고등과학원 교수)·원묵(텍사스 A&M대 교수)씨, 딸 혜경·수경씨, 사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다.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원이며 발인은 오는 2월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