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초 유럽의 해크니 캐리지라는 마차에서 유래된 택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크기는 소형에서 중형으로 커졌고 장애인 전용택시가 마련되는가 하면 통신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콜택시도 등장했다.
2015년 3월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한국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택시 유료화 이슈와 맞물려 그간 잠자던 각종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료·편리함에 안전함 더해 세몰이
카카오택시는 기존 콜택시에서 한단계 진화한 성능과 편리함, 안전함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면서 급격하게 세를 키웠다.
지난해 말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2년간 카카오택시의 누적 호출건수는 약 4억건으로 집계됐다. 누적 주행거리는 16억170만1605㎞, 누적 주행 예상 요금은 1조6713억6838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 누적 승객수는 경기도 인구수보다 500만명가량 많은 1800만명, 등록된 기사수는 24만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한국인의 27%가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택시를 타본 경험이 있다”며 “택시기사의 96%가 카카오택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평소 카카오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은 카카오택시의 편리함과 저렴함에 높은 점수를 준다. 기존 콜택시업체는 택시를 배당해 주는 조건으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서울시내 택시의 기본요금이 3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는 달랐다. 서비스 시작부터 전액 무료화를 내세워 시장을 먹어치웠다.
카카오택시 도입 초기에는 카카오택시 활성화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았다. 택시기사들이 비용을 들여 콜서비스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택시가 이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미약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택시는 공짜를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였다. ▲도착예정 알림 ▲택시기사정보 확인 ▲원스톱 결제 같은 부가기능이 추가되면서 기존 택시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카카오택시를 찾았다. 시장이 커지자 택시기사들도 카카오택시와 기존 콜서비스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수원의 개인택시 운전기사 최모씨는 “요즘엔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와 콜업체를 모두 사용한다”며 “카카오택시가 기존 콜업체의 실적을 뛰어넘어 해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의 인기에 콜택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호출수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해지가 늘어나는 중이다. 2016년 경기도 통합브랜드 콜택시 ‘GG콜’은 2010년 도입 후 지지부진한 성장을 겪다 카카오택시 등장 이후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폐지된 지 1년여만인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예산지원으로 다음달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콜택시 1333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4년 정부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주요도시의 택시 콜센터를 통합해 연결하는 ‘1333번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16년까지 2년간 약 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지만 홍보부족과 카카오택시의 선전으로 하루 평균 1780건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서울 콜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가 나오기 전까지 하루 평균 1만건에 가까운 호출이 있었지만 2016년부터 급격하게 줄었다”며 “최근에는 2000~3000건으로 감소해 콜택시 업체 대부분이 경영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카오택시의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카카오택시는 무료서비스에 확실한 배차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시장을 지배하면서 부작용도 속속 드러났다.
광주광역시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박모씨는 카카오택시를 운행하기 위해 스마트폰 통신사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다가 통신요금이 2배 가까이 나온 경험이 있다”며 “10년간 사용해온 통신사에는 카카오택시 요금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통신사를 바꾸고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시민의 불만도 꾸준하다. 카카오택시는 승객이 입력한 출발지와 목적지를 보고 택시기사가 호출을 받을지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요금이 비싼 장거리 승객은 택시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지만 단거리 승객은 택시를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지난 3월20일 오전 기자가 경기도 수원역 인근에서 수원시청까지 약 2.4㎞를 이동하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린 시간은 8분이 넘었다.
이런 부작용에 대응하는 카카오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카카오는 택시기사와 승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지만 기획과정에서 택시기사와 승객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획일화된 기준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택시기사와 승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도입 중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택시기사의 66%가량이 60대 이상이어서 카카오택시의 서비스정책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카카오가 ‘우리가 이런 서비스정책을 실시할 것이니 따르라’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택시기사와 승객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