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기둥이자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했다. 고질적인 양질의 일자리 부족,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빚의 굴레, 무한경쟁의 현실에 가로막혀 꿈과 낭만을 잃었다. ‘헬조선’이 된 한국사회를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자조가 청년층에 널리 퍼졌다. <머니S>는 2030 세대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한편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은 청년층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연중기획으로 ‘2030 희망찾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편집자주>


N포세대, 헬조선, 흙수저…. 절망과 분노를 내포한 이 신조어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30 세대의 현실을 함축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등장 이후 인간관계, 내집 마련을 추가로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가 잇달아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됐고 계층 사다리를 잃어버린 청년들은 현대판 계급사회의 바닥층인 ‘흙수저’로 추락했다. 버킷리스트는 커녕 포기해야 할 리스트가 점점 늘어나는 2030 세대가 바라본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희망 잃은 2030 세대

한국을 떠나는 2030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22만3611명에 이른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93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역시 6100명으로 3위에 올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리아 엑소더스’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여러 사회문제가 복합하게 얽힌 결과라고 진단한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고착화된 청년 실업, 무너진 계층사다리 등 고질적인 병폐가 누적돼 청년이 가져야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앗아갔다는 것이다.


서울 한 대학교 취업정보 게시판에 취업관련 자료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DB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열심히 노력하면 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나아질 게 없는 상황이니 좌절한 것”이라며 “여기에 불경기, 통상문제, 남북관계 등 외교적인 문제까지 겹쳐 한국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팽배해지면서 청년층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무리한 경쟁구도를 제시하면서 그 기준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데 미래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회 기준을 따라가긴 힘들고 사회가 청년층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젊은 세대가 절망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근본 원인은 청년 실업을 비롯한 일자리 문제, 직장에서의 부당한 노동인권 침해, 주거문제로 대변되는 자산평등 문제 등 청년이 겪는 사회적인 문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문제로 당장의 생활 유지마저 어려워지자 2030 세대들이 미래를 그릴 수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하석철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시니어연구팀 연구위원은 “앞으로 다가올 중장년, 노년에 대한 불안감 역시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의 삶을 생각했을 때 밝은 미래를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이 부정적인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나약함도 원인
2030 세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교수는 “기성세대가 ‘역경의 세대’라면 2030 세대는 ‘혜택의 세대’로 가정으로부터 많은 칭찬과 관심, 물적 지원을 받고 자랐다”며 “풍부한 혜택을 받은 세대라 좌절을 견디는 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윤상철 교수도 “2030 세대가 부모 등 기성세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다 보니 받는 것에만 익숙해졌다”고 꼬집었다. 다만 윤 교수는 “청년층이 기성세대에 비해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노력을 통한 성취’를 경험한 세대로 가정에서 받은 지원 없이도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며 “학창시절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더라도 졸업 이후 대기업에 취직하는 등 열린 기회가 많았으나 2030 세대는 그런 기회가 없어 더 큰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가장 불행한 사람만이 불평불만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기성세대와의 단순 비교를 떠나 청년세대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지금부터 누적돼 미래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헬조선을 뒤집는 청년총궐기 선포식’ 현장. /사진=뉴스1 DB



◆헛다리 짚는 일자리정책
전문가들은 2030 세대의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에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소외는 생계유지 곤란으로 이어지고 주거문제를 비롯한 연쇄 부작용을 낳기 때문. 이에 정권을 막론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김영민 사무처장은 “기존 청년 일자리 대책은 취업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이 됐다”며 “양적인 수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단절이나 경제적 곤란 해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업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청년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고용 안전망에서 벗어나도 당장의 생계 곤란은 겪지 않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양적 확대에 치중했던 일자리 정책을 질적 개선을 함께 이루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석철 연구위원은 “청년은 많은 일자리를 요구하는 동시에 그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이길 원하는데 그동안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상철 교수는 “지금까지의 일자리 정책은 전시행정일 뿐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며 “일자리의 80~90%는 중소기업에서 나오는데 급여를 비롯해 노동조건이 훌륭한 중소기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너무 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아무리 많더라도 취업을 기피한다”며 “일자리가 막히니까 연애, 결혼 등 2030 세대의 다른 이슈들도 덩달아 막혀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과 지방의 단절,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 등의 문제는 젊은 세대의 중소기업 취업을 가로막는 요소”라며 “공공부문과 대기업 인턴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일자리 여건을 개선해 중소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태까지의 정책은 재벌중심으로 진행돼 중소기업의 문제 개선에 손을 대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투자 자본 대비 고용창출효과가 낮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입장 대변할 정책 펼쳐야

전문가들은 현재 2030 세대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곽금주 교수는 “청년이 한국 사회를 신뢰하고 희망을 가지려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너무 많은 개혁과 변화를 꾀해 국민이 불안해진다”며 “정권의 단기성과에 치중하지 말고 장기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대학 입시와 입사 시험을 예로 들면 1년에 한번 정해진 수능, 봄·가을의 공채만으로 기회가 끝나고 이 시험에 실패하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며 “막혀 있는 기회를 늘려 청년에게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석철 연구위원은 “최근 세월호 등 큰 사건을 경험하면서 청년세대는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고 상위층이 누리는 불법적인 특권에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안전망을 정상적으로 작동케 하고 사회 구성원의 도덕적 민감성을 높여 청년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지난 10년간 정치 상황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공감대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팽배했다”며 “그런 절망이 정권교체를 거치며 ‘변할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망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와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치가 청년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