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투본 출범 임박,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면 대응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방침에 맞서 전업계 카드사 노조가 공동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카드사들의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카노협)는 이르면 이달 말 양대 노총의 금융노조를 주축으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구성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소속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민주노총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이 합심하는 건 박근혜정부의 ‘쉬운 해고’ 방침에 반대하던 2015년 6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특히 카드수수료 등 카드업계의 이슈로 공투본이 출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배경과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개 지지한 문재인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양대 노총이 반기를 드는 건 정부의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업계 카드사 순익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전년대비 30% 이상 떨어지며 카드대란 이후 최저 순익을 기록했고 손익 보전을 위해 사측이 인력 감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자 노조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수수료 하한제 도입 추진

노조가 없는 삼성·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계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롯데·하나) 노조로 구성된 카노협의 핵심 관계자는 “공투본 구성을 위해 최근 2차례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9일 최종 회의를 열고 실무진 구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투본은 양대 노총 금융노조가 출범을 주관하고 카드사 노조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노총의 금융노조가 공투본을 꾸린 것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막기 위해서다. 낙하산 인사, 불합리한 시장가격 책정 등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심해질 대로 심해진 관치금융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해 9월1일 열린 카드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카드사 노조들은 장·단기로 나눠 정부 정책 시정 요청을 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론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반대와 재벌가맹점 수수료율 하한제 도입 추진이다.
올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을 거쳐 내년 초 최종 결정되는 카드수수료율은 올 한해 업계 최대 이슈지만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수수료 인하가 포함됐고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수수료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 노조들은 수수료율 추가 인하 여력이 더 이상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정부가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며 사실상 수수료 인하 효과를 냈고 그 결과 지난해 전업계 카드사 순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대비 32%나 급감했다. 2003~2004년 카드대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2005년(342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벌가맹점 수수료율 하한제 도입 추진은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수수료 인하 조치의 반대급부 성격이 강하다.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카드시장의 또 다른 참여자인 대형가맹점도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엔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를 방지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낮아질 때마다 대형가맹점도 가격 협상력을 앞세워 카드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요구해왔다”며 “이미 역마진 구조인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카드사가 수익을 어떻게든 보전하면 되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산업 정상화’… 문제는 여론

장기적인 계획은 ‘카드산업 정상화’다. 정부가 카드산업에 관여하는 걸 근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드사 노조들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가맹점수수료율을 총 9차례 인하했는데 정부의 시장가격 책정 개입이 위헌 소지는 없는지를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18조의3 제3항이 대상이다.

카노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수료율은 대통령시행령으로 조정됐는데 문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무더기 형태로 인하됐다는 점”이라며 “이와 관련 여전법이 위헌적 소지는 없는지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과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근절돼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대형가맹점의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전법 18조의4도 살펴보고 있다. 이는 협상력을 가진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낮은 수수료를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리베이트 요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조항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카드사 노조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카드사 노조들이 공투본 출범에 적극 나서는 건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직원들의 고용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신용판매 수익률 저하, 최고금리 인하, 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카드업계가 단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사측의 구조조정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꾸준히 인하한 데는 카드수수료가 여전히 높다는 여론이 깔려 있어 가능했다. 당장 재벌가맹점 수수료율 하한제 도입 추진을 위해선 관련 법률 도입이 필요한데 국회 협조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노조들의 방향에 반대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카드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공투본의 주장들이 되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