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문재인케어’와 전쟁 선포
최대집 제40대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 대표자들과 신속한 협의를 진행해 4월 말 전의료계가 동참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고려되는 날짜는 27일과 29일로 이날 중 하루 휴진이나 대규모집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성명을 통해 문재인케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급여 항목의 치료 제한 및 추가 진료의 불법화 가능성 ▲의료계와 협의 없는 강행에 따른 절차상 문제 ▲환자의 선택권 상실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문재인케어와 맞서겠다고 선포한 것.
의료계는 2000년 의약분업사태 때도 3개월에 걸쳐 간헐적으로 파업을 이어간 바 있다. 당시 전국 병·의원 중 70% 이상이 동참해 환자의 불편이 컸다. 의협 측은 이번 투쟁이 더 강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 당선인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그때(의약분업사태)보다 더 높은 강도의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도 “건강보험 재정 증가 없이 시행하려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정책은 결국 국민에게 의료 보장성 확대가 아니라 보장성 제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저질 의료를 강요하는 문재인케어에 반대하고 최 당선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강력한 투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문재인케어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장성 강화정책은 급여기준을 넘어선 의료행위까지 모두 보험을 적용해 급여기준 제한에 의한 불법 비급여를 해소하고 의료인이 좀 더 자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의협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 강화 없는 보장성 확대가 결국 국민에게 저질 의료 및 치료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의협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재정계획을 이미 밝혔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최 당선인이 문재인케어와 전쟁을 선포하며 이달 중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 불사를 예고해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며 “의료분야 시민단체와 병원협회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겠다는데 의협만 반대 목소리를 내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이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집단이기주의적인 태도에 동의할 수 있는 단체와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의료계와 국민을 선동하고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문재인케어에 대한 여당과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사회보장기관 노조연대, 참여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한목소리로 “돈이 안되는 진료는 환자가 필요해도 기피하고 돈이 되는 진료는 환자의 부담이 얼마이든 유도하는 등 고질적 병폐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그 유일한 길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로 정부는 흔들림 없이 문재인케어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강경 대응 카드 만지작
정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행할 경우 의사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방침이다.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다양하다. 의료법 제59조2·3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했을 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의협과 같은 단체가 회원들에게 휴업동참 등을 강요할 경우 공정거래법 제26조1항(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조치, 과징금(5억원 이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종합병원·대학병원 등에 소속된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면 형법상 소속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끌려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면서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자 의협의 예고와 달리 소수의 의사만 집단행동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내부 의견도 갈리는 데다 휴진에 대한 리스크가 커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다수 의사는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의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막기 위해 휴진까지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의협의 강경한 행보에 동의하지 않는 동료도 많다. 휴진이나 집회 참가 요청이 와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케어는 비급여 의료항목의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골자로 한다. 3800여개에 이르는 비급여를 의학적 타당성이나 비용효과를 따져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항목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용성형이나 단순 기능개선(도수치료·영양수액 등)에 해당되는 행위는 비급여가 유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