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류형근 기자


“이제 우리 모두의 노력과 결단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내고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임직원 모두의 의지와 결단 덕분이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지난 4일 사내게시판에 이 같은 글을 게시하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법정관리 위기까지 내몰렸던 금호타이어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앞길이 탄탄대로라고 보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


금호타이어의 자본유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유동성이 말라버린 금호타이어에 채권단은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을 거부했다. 금호타이어는 당장 돌아오는 수백억원대의 어음조차 처리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더블스타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많은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노렸지만 채권단은 “진지한 인수시도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회생가능한 계획을 제시한 게 더블스타뿐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부실의 주원인인 중국공장을 살릴 방도를 가진 건 더블스타가 유일했다. 중국공장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언급됐지만 이는 불가능했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분리매각은 처음부터 여러 측면으로 검토해봤다”며 “금호타이어는 중국 지방정부와 협정서를 체결했는데 중국법인을 분리하는 경우 협정서를 위반하는 것이고 대출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가능하지 않은 옵션이었다”고 일축했다.


채권단은 “중국자본 매각 결사반대”를 외치던 노동조합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주도했다. 당장의 손해가 두려워 추가 자본을 부었다간 구조조정의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 금호타이어 외에도 구조조정 매스를 들이대야 할 기업이 줄을 섰기 때문에 산은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결국 채권단이 제시한 기한 마지막 날까지 버티던 노조는 생존을 택했다. 지난 1일 진행된 투표에서 2741명(91.8%)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 1660명(60.6%)이 해외매각에 찬성하며 금호타이어는 극적 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볼보식 독립경영’ 첫발
금호타이어는 어려운 길을 돌아 경영정상화의 길을 찾았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유상증자를 통해 45%의 지분을 주당 5000원에 사들이고 이 지분 매각 대금 6463억원은 고스란히 금호타이어로 유입된다. 여기에 산은이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채권단이 보유한 채무도 만기가 연장된다.

더블스타의 인수로 예상되는 가장 큰 효과는 중국법인의 부실 극복이다.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부실 원인은 중국중앙방송 CCTV의 고발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로 인해 ‘3·15 사태’라고 불리는 대량리콜이 촉발됐고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이미지 개선을 도모할뿐더러 더블스타의 판매망을 이용해 제품 판매를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현지 차입금 역시 만기 연장이 원활해질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국내공장에도 당장 내년부터 노후화 설비 개선 등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수요가 늘어나는 고인치 타이어 생산능력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이번 경영정상화 합의에 포함된 임금반납 등 자구안이 더해지면 동종업계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지리자동차와 볼보자동차의 모델’로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지리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차를 18억달러에 인수한 뒤 철저한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그 결과 볼보차는 매각된 이후에도 스웨덴에 연구개발 거점을 집중시키고 공장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키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낙관하긴 일러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가는 길이 꽃길이라고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지만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더블스타의 ‘먹튀’ 가능성이 가장 큰 우려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끊임없이 구애했던 실질적인 이유는 중국정부의 공장건립 제한정책에 막혀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란 시각이 업계에 만연하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로 외연확대의 해법을 찾았다는 해석이다. 중국 부실을 청산해야 했던 금호타이어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지만 국내공장의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더블스타는 투자조건으로 금호타이어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더블스타는 5년이 지나거나 채권단이 보유 지분을 완전히 다 팔 때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간 이후에는 무엇도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지엠과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다고 해도 2대주주로선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성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먹튀를 방지하긴 어렵다. 이 수석부행장은 앞서 “외국자본이 국내에 직접투자하고 머물게 만드는 필요조건은 생산성”이라며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 이상은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업에 있어서도 중국기업이라는 선입견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대리점주와 해외 거래처에 “해외자본이 유치되더라도 금호타이어 브랜드는 글로벌시장에서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이는 영업망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이제 정상화를 위한 필요조건을 마련했을 뿐”이라며 “정상화를 낙관적으로 보긴 이르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