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환씨(31)는 이 같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매료돼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업으로 삼았다. 다만 블록체인 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도와 성장을 지원하는 ‘컨설턴트’에 가깝다.
◆ 회사 그만두고 블록체인에 미래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재직하던 이 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맡는다.
이 씨는 “교직원으로 재직하며 받는 연봉은 이전 회사에 다닐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블록체인’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스타트업 업계에 가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주축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이라고 생각해 일선에서 이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모든 산업에 이 기술이 적용돼 보완과 고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씨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인터넷 네트워크’와 비교했다. 그는 “PC통신이 불과 수년만에 모든 산업에 적용된 것처럼 블록체인도 머지 않아 모든 산업에서 이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초기단계에 이 시장에 참여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면 자신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 발행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구성하는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선 참여자들의 ‘일정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유지, 확정하기 위해서는 채굴과 같은 블록체인 생성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아무런 보상 없이 이를 행할 사람은 없다”며 “암호화폐는 블록 생성에 대한 위한 가장 보편적인 보상체계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해선 필수적이며 암호화폐 생태계(토크노믹스)를 잘 설계하는 게 블록체인 기술 활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암호화폐란 현재까지 발명된 ‘최선’의 유인책일 뿐 미래에는 블록체인에 참여를 유도하는 또다른 방식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ICO 컨설팅’ 사업모델 개척
그는 ICO(암호화폐공개) 분석과 컨설팅에 열중하고 있다. ICO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도입하며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하는 작업이다. 지인과 플릭파트너스라는 팀을 만들어 활동하는데 사업성이 높은 스타트업의 ICO를 지원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백서를 작성하고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도록 조언한다. 현재로선 영리목적의 활동이라고 보긴 어렵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진다.
ICO 과정에선 ‘백서’(White paper)라는 일종의 사업계획서가 필요한데 이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백서는 어떤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폐가 설계됐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는 문서다.
그는 “백서에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발행하고 운영할 것인지 등의 계획이 나타나야 한다”며 “아직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신생시장이기 때문에 다년간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경력과 블록체인 지식을 가진 우리가 백서작성에 전문성이있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향후 플릭파트너스를 법인화해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사업 모델은 자문의 역할로 프로젝트에 참석해 ICO컨설팅을 진행하고 이후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배정받는 ‘현물서비스투자’ 방식이다. 가치 있는 기술의 ICO를 선별해 지원하면 플릭파트너스 역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한국엔 아직 ICO 컨설팅 사업이 없지만 싱가폴 같은 경우는 꽤 큰 시장이 있다”며 “이 일로 돈 벌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플릭파트너스는 현재 몇몇 회사들의 ICO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데이터 회사의 ICO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유전자 평가 데이터를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투명하게 판매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필수적인 ‘유전자 빅데이터’는 현재 이를 제공하는 당사자에겐 별다른 실익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 제공자와 판매수익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이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코인을 제공하고 데이터가 판매될 때마다 별도의 리워드 코인을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씨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헬스케어 데이터를 다룸에 있어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 역시 큰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 더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알아줬으면
이 씨는 블록체인 시대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행 블록체인은 아직 불완전하다”며 “속도를 개선하고 블록간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 룰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블록체인을 고도화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하겠지만 점차 완전한 모습으로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는 “암호화폐 붐이 일며 블록체인이란 키워드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묻지마 투자’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시장이 성장하고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