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사진=뉴스1DB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이번 유상증자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피하는 묘수로 ‘우선주’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카카오가 떠안기로 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이번 5000억원 규모 증자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카카오가 인수한 우선주는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어 현행 은행법상에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카카오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 취득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3080만주(전환우선주 2680만주·보통주 400만주)를 154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보통주는 기존 주주로서 배정된 수량이고 나머지 전환우선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권주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자금 마련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당초 계획(2900억원)보다 적은 186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여기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떠안기로 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지분율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기존 10%에서 18%로 올라가게 된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유상증자 후 58%였던 카카오뱅크 지분이 50%로 낮아지게 된다.


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까지만 허용된다.

카카오가 무리 없이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유상증자에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은산분리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카카오가 우선주를 섞어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한 이유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보유 지분 한도가 15%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전환우선주 딜레마… 은산분리 규제 완화 미뤄지나

또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거나 카카오뱅크를 기업공개(IPO)할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의결권이 포함된 지분이 18%까지 올라갈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선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행 은행법에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에만 적용된다.

카카오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무기한 연기되는 분위기다. 은산분리 규제가 무산된다면 카카오는 보통주 전환이 불가능해지므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다음주쯤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비율 58%를 유지함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의 카카오뱅크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이어 카카오와 국민은행이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넷마블·SGI서울보증·우정사업본부·이베이·텐센트(Skyblue)가 각각 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2%는 예스24가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