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내년에도 계속 좋아진다고 해도 그 주식을 사줄 자금이 없다면 주가가 올라갈 수 없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변동성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어 코스피보다는 글로벌 분산 투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보다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글로벌 분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6년부터 미래에셋증권에 몸담으며 투자 전략과 자산 배분을 연구해 온 전문가로 지난 3월 리서치센터장에서 상품지원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월 코스피는 반도체 투자가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이른바 '피크 아웃' 우려가 시장에 확산한 것. 한국 증시가 유난히 큰 타격을 받은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피크 아웃'이 한국에서 미국보다 더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큰 한국 증시의 특성상 하락 전환은 곧 상승의 종료로 해석된 사례가 많았다는 것.
박 대표는 "미국은 AI 반도체의 피크아웃이 추세의 끝을 의미하지 않지만 한국은 반도체의 하락 전환이 아예 마이너스로 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반도체 투자가 정점을 지나면 곧 하락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은 것이 현재의 변동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LTA(장기 공급계약) 등을 내세우며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그는 결국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올랐지만 이 실적이 10년을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LTA도 본질이 달라지지 않고 포장만 조금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실적의 변동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 증시의 급등락을 확대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사이클을 타느냐'에 있다"며 "미국은 금융이나 에너지, 소비재 등 다양한 종목이 있고 꾸준한 매출을 낼 수 있지만 반도체 수출 중심의 한국은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결국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희찬 대표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글로벌 분산 투자 필요…AI 경쟁 승자 결정되면 불확실성 줄어들 것"

그는 8월 들어 코스닥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코스닥도 코스피의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코스닥 주력 산업의 한계와 고금리 때문이다.
박 대표는 "코스피는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이나 방산, 자동차 등 실적이 받쳐주는 산업이 있지만 코스닥은 주력 산업인 바이오와 이차전지가 코스피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며 "고금리 상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정책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보다는 미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수는 미국 빅테크의 AI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다. 박희찬 대표는 AI 투자 경쟁 속 수익화 모델 구축에 성공해 승리하는 나타나면 AI 반도체 투자의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AI 투자의 불확실성의 원인은 이 경쟁의 승자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변동성을 줄이는 요소는 명확성인데 과거 넷스케이프를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꺾고 시장을 장악했듯 누가 이기는지 명확해지면 투자할 대상도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리 동향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미 빅테크의 보유 현금 투자 여력은 한계에 달했고 외부 자금 차입에 나서는 과정에서 누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 이 과정에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리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박희찬 대표는 "빅테크들의 사내 현금 창출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2027년부터 대부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에 접어들 것"이라며 "AI 기업들이 회사 외부의 시장 자금을 흡수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데 이 상황에서 자금 수혈을 못해 무너지는 기업이 생기면 시장 구도가 보다 더 명확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박희찬 대표는 개인 투자자에게 당분간 국내 주식이 아니라 미국 등 해외로 고개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분산 투자를 권한다"며 "한국 시장 비중이 높아졌던 만큼 당분간은 코스피 밖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굳이 코스피의 급등락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미국 주식이나 채권, ELS(주가연계증권)를 비롯해 변동성을 줄이는 펀드나 상품이 있다"며 "전문가들의 역량을 빌리며 보다 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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