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018 남북정상회담이 27일 저녁 9시27분 12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남북회담은 역대 최고의 성과인 ‘판문점 선언문'을 이끌어냈다.
판문점 선언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대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아가 정전협정체결 65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27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진행된 환송행사가 끝난 직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타고 북측으로 향했다. 남북이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분 빠른 9시27분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정확히 12시간 만이다. 곧이어 문 대통령 부부도 차를 타고 청와대로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쯤 청와대를 나섰다. 파란넥타이에 감색 정장차림이었다. 청와대 인근 길가에는 일찍부터 시민들이 나와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장으로 가던 차를 멈춰세우고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판문점으로 향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검은 인민복에 갈색 표범무늬 네모 뿔테안경을 착용하고 수행원들과 판문점을 나섰다. 판문각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오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보이자 환하게 웃었다.
오전 9시29분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MDL)을 가운데 두고 문 대통령과 마주봤다. 문 대통령이 손짓으로 군사분계선 남쪽을 넘을 것을 권유했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것이다.
남한 땅을 밟은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쯤 (북에) 갈까요?"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보자"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남북정상은 두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었다.
다시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넘어온 두 정상은 자유의집 앞에서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육해공군을 사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최고로 예우한다는 의미와 함께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이어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챙겨온 펜을 사용해 방명록을 작성한 뒤 남북정상은 2층으로 올라가 약 10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남북정상이 다시 만난 건 오후 4시30분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심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발아한 '반송'(盤松)이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흙을 김 위원장은 한라산흙을 떠 나무에 뿌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양의 대동강에서 길어온 물을, 김 위원장은 서울의 한강물을 나무에 뿌렸다. 파주 화강암인 식수 표지석에는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양 정상은 식수 행사에 이어 소나무 옆에 세운 표지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함께 도보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 감독위가 판문점을 드나들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만든 다리다. 두 정상은 배석자 없이 단둘이 이 다리를 걸으며 약 30여분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유일한 단독회담 시간이었다.
시종일관 이어진 좋은 분위기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오후 6시. 남북정상은 공동선언문인 '판문점선언'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합의문에 서명한 뒤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판문점 선언문에는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명문화 ▲올해 내 종전선언 등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과 같은 남북관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진 만찬은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만찬에는 김 위원장 내외와 김영남 김여정 김영철 현송월 등 26명의 북측 인사가 참석했다. 남측 인사는 문 대통령 부부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 34명이 참석했다.
만찬이 끝나고 15분가량 환송행사가 진행됐으며 두 정상은 손을 잡고 행사를 관람했다. 행사가 끝나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짤막한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12시간의 역사적인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