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 원칙 재확인
㈜LG는 구본무 회장 타계 사흘전인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구본무 회장이 사실상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있으므로 주주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구광모 상무의 지주사 등기임원 내정은 후계구도를 본격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LG그룹 설립 후 지켜온 장자승계 원칙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69년 12월31일 타계하자 장남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1995년 구본무 회장에 이어 23년만에 구광모 상무에게로 경영권이 넘어왔다.
구광모 상무는 사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슬하에 딸만 둘을 둔 구본무 회장이 2004년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맞았다. 일련의 과정이 적통 계승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한 뒤 현장경험을 쌓고 2015년 ㈜LG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성장사업의 한축인 B2B사업본부 ID 사업부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며 LG의 미래를 준비해왔다. 다음달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며 경영일선으로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11.28%의 지분을 보유한 구 회장이며 구본준 부회장이 7.72%, 구 상무는 6.24%를 보유했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의 지분을 구 상무가 상속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승계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구광모 상무의 나이가 올해 40세인 점을 고려해 곧바로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기 보다는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그룹내 전문경영인 6인의 조력 아래 단계적으로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구광모 상무가 그룹의 신사업 및 투자를 맡고 6명의 전문경영인이 주력 계열사를 책임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은 2선에서 조언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 나설까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창업주부터 이어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장남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일부 사업을 떼어내 따로 독립하는 계열분리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 LIG그룹, LS그룹, 희성그룹 등이 모두 LG에서 떨어져 나온 LG가(家) 방계기업이다.
LIG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식들이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2006년 LIG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변경하며 탄생했다. LS그룹은 창업주의 또 다른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 일가가 2003년 계열분리를 통해 만들었다.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도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만들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LG와 동업관계에 있는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자식들도 2005년 유통·서비스사업 등을 분리해 지금의 GS그룹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 보유지분(7.72%)을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일부 사업을 가져갈 가능성을 점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계열사는 LG상사, LG화학 바이오부문, LG디스플레이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가치는 1조원대로 비슷한 규모의 사업이나 계열사를 갖고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