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이어지던 면세점업계의 양강(롯데·신라)체제가 신세계의 가세로 3강체제로 급격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신세계그룹의 면세점사업을 맡으며 고속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신세계디에프는 최근 발표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자 선정전에서 전통의 강호 호텔신라(신라면세점)을 제치고 2개 구역(DF1·5) 모두를 거머쥐었다. 이번 낙찰로 신세계디에프는 단숨에 국내 면세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며 선두권에 바짝 다가서는 토대를 마련했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사진=신세계디에프
◆전통의 강호 신라 제쳐

관세청은 지난달 22일 롯데면세점이 빠져나간 인천공항 T1 DF1(동편·탑승동)·5(중앙)구역의 새로운 사업자 선정 결과 두 구역 모두 신세계디에프가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2012년 면세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 신세계디에프가 30년 업력의 신라면세점을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금력이다.

이번 심사에서 신세계디에프는 DF1입찰가로 2762억원, DF5입찰가로 608억원을 써내 신라면세점보다 각각 560억원, 112억원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다. 가격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고 명동점 등을 조기에 궤도에 올려놓은 경영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디에프 측은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된 뒤 “명동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시코르 등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이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업계는 수십년만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총매출액 기준 국내 면세시장점유율은 롯데면세점 42%, 신라면세점 24%, 신세계디에프 13% 등이었다. 이번에 새로 사업자를 선정한 인천공항 면세점의 연매출은 9000억원가량으로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6~7%이다.

즉 이번 입찰 결과 롯데면세점은 35.9%로 줄고, 신라면세점은 유지, 신세계디에프는 19%로 단숨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달 중으로 신세계 서울 강남면세점까지 문을 열면 신세계디에프의 점유율은 22% 안팎까지 올라 2위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향수·화장품(DF1)품목사업권까지 확보했고 국제공항 내에서 패션·피혁만 취급하다 전품목을 취급할 수 있게 돼 앞으로 해외 면세점 진출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구매협상력(바잉파워)이 커진 것도 호재다.


손 대표는 신세계가 면세사업을 위해 별도법인으로 설립한 신세계디에프(2015년)의 초대 대표를 맡아(이전에는 신세계조선호텔서 담당) 단기간 내에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신세계백화점에 1987년 사원으로 입사해 MD, 상품본부·패션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오랜 백화점 근무경험으로 뛰어난 상품기획 역량을 입증한 손 대표는 2015년 신세계의 면세사업법인 경영자로 나서며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3.8%에 그쳤던 신세계디에프의 시장점유율을 3년 만에 20%대로 높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 대표는 지난해 4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 DF3 제안서 입찰 프레젠테이션(PT) 발표를 직접 맡아 순조롭게 사업권을 따냈고,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심사에서도 PT를 진행했다.

대표 자리에 오른 지 2년도 채 안돼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며 흑자를 내는 데도 성공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매출액 1조1647억원, 영업이익 146억원, 당기순이익 13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했다.

업계 안팎에선 신세계디에프의 고속성장이 면세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명품브랜드 유치에서 손 대표가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신세계면세점에 버버리·토즈·끌로에·셀린느·구찌·루이비통·까르띠에 등 주요 명품브랜드를 입점시키는데 기여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손영식 대표는 백화점 MD 출신으로 주요 명품들을 꿰고 있다”며 “신세계라는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루이비통·구찌·샤넬 등 주요 명품의 유치에 손 대표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표=머니S 디자인팀
◆일각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다만 일각에선 신세계면세점이 앞으로 인천공항 T1 두 구역에서 연간 3370억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수익성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디에프가 임대료를 내면서 제대로 수익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번번 낙찰로 바잉파워와 시장점유율은 높일 수 있겠지만 당분간 수익성은 악화될 수는 공격적 투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인천공항 T1 면세사업자 입찰에서 제시한 임대료는 롯데면세점이 사업을 할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본 뒤 결정한 것”이라며 “오히려 신라면세점이 너무 낮게 써내 의아했다. 무리한 게 아니라 적정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손 대표 취임 후 신세계면세점이 빠르게 국내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수십년간 굳건했던 롯데와 신라의 양강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손 대표가 신세계면세점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프로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신세계백화점 입사 ▲신세계 상품본부 본부장 ▲신세계 패션본부 본부장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 부사장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