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삼국지’… 새 역사 쓰는 신세계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경쟁업체인 신라면세점(호텔신라)을 제치고 DF1(화장품·향수, 탑승동 전품목)과 DF5(패션·잡화) 사업권을 싹쓸이한 데 이어 명동, 강남 등 시내 면세점을 잇달아 개장했다. 업계는 신세계면세점의 재도약 배경으로 정 총괄사장을 꼽았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18일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일찌감치 ‘준비된 면세점 입지’로 봤다. 쇼핑·관광 인프라를 자유롭게 오가며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긴 것.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 내 1만3570㎡에 총 5개층 규모로 조성됐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센트럴시티를 대한민국 문화와 일상을 대표하는 ‘매력 코리아 관광단지’로 만들고 서초·강남 일대를 쇼핑·미식·예술·의료의 새로운 관광클러스터로 완성해 ‘강남 관광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인근에 있는 가로수길, 서래마을, 압구정동, 이태원 등 주요 관광지와 예술의전당, 강남 성모병원, 세빛섬, 한강 등을 연계해 새 관광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공식석상 노출을 꺼리며 그림자 경영을 해온 정 총괄사장은 면세점 새판짜기와 함께 공격적인 경영자로 떠올랐다. 2015년 말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면세사업을 직접 챙겨온 그는 신세계면세점을 흑자로 이끈 주인공이다. 특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업계가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신세계면세점은 흑자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써왔다. 롯데·신라로 양분됐던 국내 면세점시장이 롯데·신라·신세계 ‘빅3’로 재편된 지는 오래다.
벌써 매출 3조원을 눈앞에 뒀다. 신세계의 면세사업 매출은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할 당시만해도 14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면세사업에 진출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매출은 1조3510억원으로 롯데면세점 소공점,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부산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을 포함한 지난해 전체 매출은 1조834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8월 초 운영을 시작할 인천국제공항점이 더해지면 연매출이 단기간 내에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점유율 역시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점 2개 매장의 지난해 연매출은 9000억원이 넘는다. 올해도 매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면 신세계면세점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7%에서 최대 7%포인트 오를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까지 가세하면 올해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은 20%대 중반까지 상승해 업계 2위인 호텔신라(점유율 29.7%)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본다.
◆'면세 영토' 넓히고 화장품시장 뚫고
업계는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에서 쌓아온 유통 노하우, 명품 유치력 등 실력과 뚝심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면세와 화장품을 미래 성장동력의 두축으로 삼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해왔다. 과감한 추진력과 경영능력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는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당시 최저 입찰금액을 경쟁사인 신라면세점(2698억원)보다 672억원이나 높게 써내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난해 9월 신규면세점 가운데 가장 먼저 ‘루이비통’을 입점시켰으며 강남점에도 세계 면세점 최초로 슈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과 더불어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로시’를 단독 유치했다.
정 총괄사장의 화장품사업에 대한 야심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부터 드러났다. 2015년 말에는 이탈리아 유명 화장품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면서 화장품 개발 및 제조 기반까지 갖췄다.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첫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신성장 날개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에 시코르 1호점을 낸 지 1년여 만인 지난달 용산 아이파크몰에 13호점이 문을 열었다. 신세계는 올해 시코르 20호점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총괄사장은 조용하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정도 경영자’로도 통한다. 그는 내부 직원을 비롯해 협력사 직원까지 챙기는 등 안팎으로 혁신적인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점시간 조정.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개점시간을 오전 11시로 기존보다 30분 늦췄다. 1979년부터 이어진 개점시간을 39년 만에 바꾼 것이다. 협력사의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의 일·가정 양립 실현을 돕기 위한 조치라는 게 신세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리던 면세점이 급격히 늘면서 정 총괄사장의 첫걸음이 위태롭게 보였지만 정공법으로 승부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며 “줄줄이 적자에 구조조정 위기를 겪는 신규면세점 중 유일하게 성장한 것만 봐도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정 총괄사장의 경영전략이 앞으로 신세계 브랜드에 어떤 날개를 달아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프로필
1972년생/ 예원학교·서울예고·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학과·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1996년 조선호텔 상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현)
1972년생/ 예원학교·서울예고·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학과·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1996년 조선호텔 상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현)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