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SDV8 보그 /사진=박찬규 기자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는 그동안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차로 큰 인기를 누렸다. 물론 지금은 롤스로이스가 SUV를 내놓은 만큼 이런 별명이 달갑지 않겠지만 그만큼 이 차의 특징을 쉽게 풀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 처음 출시된 레인지로버는 당시 가장 완벽한 기능을 갖춘 최초의 럭셔리 4X4 차로 평가받았다. 이후 40여년 동안 독보적인 프리미엄 SUV시장을 개척했다. 랜드로버 특유의 주행능력은 물론 최고급 소재와 다양한 기능을 대거 적용하며 글로벌시장에서 170만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이어갔다.

◆강한 힘, 유연한 하체

이번에 시승한 신형 레인지로버 4.4ℓ SDV8 보그는 최고출력 339마력의 V8 디젤엔진이 탑재됐고 최대토크는 1750~2250rpm에서 75.5kg·m나 된다. 힘이 넘친다. 2650kg이나 되는 엄청난 몸무게 탓에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초기 반응은 더딘 편이지만 금세 엄청난 달리기 실력을 과시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까지 도달하는 데 6.9초가 걸린다. 뚱뚱하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 같은 강력한 엔진과 맞물리는 전자제어식 ZF 8단 자동변속기는 매우 민첩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빠른 데다 부드러운 변속감을 자랑한다.
레인지로버 SDV8 보그 /사진=랜드로버 제공

주행모드도 바꿀 수 있다. 모드변경 다이얼이 눌린 상태면 오토모드며 꾹 누르면 다이얼이 튀어나와서 돌릴 수 있다. 다이내믹, 에코, 컴포트, 잔디밭·자갈길·눈길, 진흙 및 요철, 모래, 암반 저속주행 등 다양한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 트랙션컨트롤 개입 타이밍 등이 노면에 맞춰 조절된다.
운전하기 편한 건 다이내믹이다. 차가 출렁이는 게 조금 줄어서 한결 다루기가 쉽다. 특히 차축을 기준으로 앞과 뒤를 별도로 제어하는 2채널 시스템을 장착해 저속에서는 민첩성을 강화하고 고속에서는 제어능력과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게 회사의 설명.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오토를 권한다.

오토로 놓고 오프로드에 진입하면 주행모드가 알아서 바뀌며 차고를 높여서(엄밀히는 노면과 차 바닥 사이 높이다) 거친 길도 쉽게 지날 수 있도록 자세가 바뀐다. 일반 도로에서는 출렁여서 불편할 수 있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오히려 편안하다. 그만큼 하체가 유연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인지로버 SDV8 보그 인테리어 /사진=랜드로버 제공

◆럭셔리 SUV의 교과서

달릴 때는 정말 조용하다. 럭셔리카의 기본이다. 일반인이라면 디젤엔진이라는 점을 얘기하기 전엔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차 곳곳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충분히 둘렀지만 손이 많이 닿는 곳은 관리하기 편하도록 소재를 선택했다. 편안함을 강조하면서도 SUV의 본질인 실용성에도 신경 쓴 것.

앞좌석 햇빛가리개는 2개다. 하나를 옆 창문을 가리도록 움직여도 다른 하나로 앞유리를 가릴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만큼 창문이 크기 때문이고 아울러 창문을 열었을 때의 턱은 넓어서 문짝에 걸터앉아 아래를 살피는 것도 쉽다. 이런 특징 덕분에 시야확보가 좋다.
레인지로버 SDV8 보그 /사진=박찬규 기자

그렇다 해도 덩치가 매우 큰 대형SUV인 만큼 사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은 첨단 카메라가 눈을 대신한다. 360도 어라운드뷰는 기본이고 좌우 전후방 고화질 카메라까지 갖췄다.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화려한 첨단 기능도 자랑거리다. 구형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능 중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더하는 요소가 많다. 센터페시아의 공조장치는 양쪽에 다이얼이 하나씩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에어컨디셔너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이며 버튼을 누르면 시트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사소한 기능들은 많은 버튼 대신 커다란 터치패널 안에 통합됐다.


기어노브도 없다. 대신 다이얼이 있을 뿐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적은 공간차지로 수납공간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레인지로버 SDV8 보그 뒷좌석 /사진=랜드로버 제공

뒷좌석도 고급스럽다. 어디에 앉아도 시야가 시원하고 뒷좌석에는 10인치 모니터가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센터콘솔 뒤편에는 USB 3.0 슈퍼스피드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데 고화질 콘텐츠를 재생하는 데 유리한 규격이다. 충전이 더 빨리되진 않는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도 전동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헤드레스트는 항공기처럼 각도조절이 되기 때문에 머리를 고정할 수 있어서 편하다. 머리를 기댔을 때 꽤 편하다. 에어컨 송풍구도 가운데 센터콘솔 뒤편과 천장에 설치된 덕분에 꽤 쾌적하다.
레인지로버 SDV8 보그 /사진=박찬규 기자

이 차는 차 바닥이 높은 편이어서 타고 내리기가 편한 건 아니다. 덩치도 꽤 커서 주차할 때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좁은 규격의 주차장이라면 다른 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재주 많은 레인지로버가 더 고급스럽고 스마트하게 다시 태어났다. 이 차의 가격은 기본형 SDV8보그 SE가 1억87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