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새로운 화폐 '볼리바르 소베라노'. /사진=CNN 캡처

엄청난 물가상승률을 해소하고자 화폐개혁을 단행한 베네수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 야권은 정부의 화페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총파업을 소집했고 수많은 국민이 국외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최근 3년 연속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고 지난주 물가상승률이 3만2000%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화폐 액면가를 10만분의1로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가 절하)이 단행됐다. 2008년 1월 1000대1 절하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화폐가치 하향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화폐 이름도 '볼리바르 푸에르테'에서 '볼리바르 소베라노(주권 볼리바르)'로 변경됐다.

공휴일이었던 화폐개혁 당일을 지나 사실상 시행 첫날인 21일에도 시민의 혼란은 계속됐다. 구권과 신권 가치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화폐 계산 앱(애플리케이션)도 나왔지만 물가상승률이 너무 가팔라 상품 가격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날 개점한 은행지점과 현금인출기(ATM) 앞에는 신권을 받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 때문에 큰 혼잡이 빚어졌다. 우파 야권은 이날 정부의 화폐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소집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도 맞불 집회를 소집하면서 국민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민심은 흉흉하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모국을 등지고 국외로 탈출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은 약 230만명, 전체 인구의 7%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하루 평균 3000명이 국경을 넘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주변국은 베네수엘라 이주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최근 불법입국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단속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국유 석유기업이 파산하고 빈곤층 급증,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연재해까지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쯤 베네수엘라 동북부 해안 지역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진앙에서 서쪽으로 400㎞가량 떨어진 수도 카라카스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강진이었으며 놀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건물과 집 밖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주변국으로 떠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사진=CNN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