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강정마을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었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기지)과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약 11년 동안 끌어온 강정마을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제주기지 반대시위를 하다가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약속하고 '평화의 해군' 개념을 제시하며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제주기지 일대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 직후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현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사면·복권은 관련된 재판이 모두 확정돼야만 할 수 있다"며 "모두 확정되는 대로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제주기지 공사 지연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취하한 것에 이어 또다시 강정마을 주민들에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며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제주도가 지난달 제출한 지역발전사업계획 변경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해군 주요부대가 있는 진해의 예를 들며 강정마을과 해군의 상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과거의 고통, 갈등, 분열의 상처를 씻어내고 미래로 가야 할 때"라며 "관함식에 대해서도 왜 또 상처를 헤집는가라는 비판이 있지만 관함식을 통해 강정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함식의 초점도 강정마을의 치유에 모아졌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 유지를 위해 활동하는 해군의 비전을 제시하며 제주기지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자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 대한민국 해군이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관함식은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하에 추진됐다. 부산 등이 관함식의 후보지로 거론되는 와중에 제주기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 "설사 제주 관함식에 가다가 (주민의 반대에 막혀) 그냥 돌아오더라도 꼭 참석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제주기지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이던 2007년부터 추진됐다. 그 뒤 11년 동안 강정마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벽한 봉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관함식과 관련해서도 원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주민이 많았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주민 간담회에서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한다"며 "이제는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