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늦가을 온화한 날씨가 자전거를 반겼다. 3일 오전 경북 영주시, 백두대간 소백산맥 일대가 영상을 기록했다. 산 깊고 넓어 특히 가을 단풍 좋기로 유명한 곳. 새벽녘 사르르 덧낀 성에도 아침 햇살이 비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대기도 청명해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사장 조재기)이 소백산 일대에서 개최한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 2018 KSPO 백두대간 그란폰도'(백두대간 그란폰도). 오전 7시 전부터 배번을 찾으려는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년 간의 기다림에 참가자들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지난 한주, 속 썩였던 초겨울 날씨가 말끔히 가신 까닭일까. 아니면 백두대간의 고봉준령보다 넘기 힘들다는 백두대간 그란폰도의 ‘접수령’을 넘었다는 기쁨도 있을 것. 또 한해 자전거 궤적을 즐겁게 정리한다는 마음도 엿보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백두대간 그란폰도. 이번 대회는 참가자 수를 1988명으로 묶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평창올림픽 성공개최를 염원하는 의미로 2018명으로 늘렸는데 2시간 만에 조기마감 됐다. 올핸 서울올림픽 30주년 차원에서 참가자수를 단 30명 줄였음에도 접수 고지는 40분 만에 점령됐다.
이는 신뢰 있는 기관의 안정적인 대회운영, 교통통제와 자원봉사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멋진 풍광을 간직한 도전 코스가 서로 어우러진 결과다. ‘사이클링, 가을의 전설’이라는 대회 애칭은 괜한 미사여구는 아닌 듯하다.
백두대간 그란폰도는 소백산맥 산악 구간 121.3㎞를 6시간에 완주하는 동호인들의 비경쟁 대회다. 총 상승고도 또한 2181m로, 히티재(고도 378m·7.6km 구간)·성황당고개(355m·41.7km)·벌재(625m·56.1km)·저수령(850m·85.3km)·옥녀봉(658m·110.5km) 등 ‘깔딱 고개’가 끊이질 않는다. 고개 몇 개를 넘다보면 이가 갈리기 마련. 하지만 6회째임에도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얼까.
오전 9시 동양대학교, 시총과 함께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1988대 자전거 행렬이 소백산으로 이어졌다. 참가자 가족·지인을 비롯해 정병찬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장, 장욱현 영주시장, 김상렬 영주경찰서장,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 등이 이들의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가을 자전거 길을 응원했다. 한국의 사이클을 오랜 기간 맡아온 구 회장은 힘찬 페달링으로 이들을 독려했다.
남은 가족들이 지킨 동양대학교엔 또 다른 자전거 풍광이 연출됐다. 참가자의 자녀나 손주들이 페달 없는 자전거로 건강한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은 것. 이날 첫선을 보인 ‘밸런스바이크 월드 챔피언십’에는 100여명 이상의 어린이들(3~7세)이 참가해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어린 자전거는 소백산 가족 나들이의 주인공이면서 백두대간 그란폰도의 진정한 챔피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