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조만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국채·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등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법이다. 
또 코로나19 발병이 국가의 경제동력을 내린다는 판단 하에 가계와 기업의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도 시작한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도 돈이 돌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미 연준, '제로금리' 복귀… 일본, ETF 추가 매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의 조치는 오는 17일부터 열릴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이뤄진 선제조치다. 연준은 앞서 지난 3일에도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0.5%포인트 내렸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단기적으로 경제활동을 눌러 경제 전망에 위험이 되고 있다"며 "위원회는 경제가 최근의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연준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MBS를 매입하기로 했다. 연준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 보유를 최소 5000억 달러, MBS 보유를 최소 2000억 달러 각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16일부터 약 400억달러씩 매입을 시작한다. 


연준은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스위스 등 통화스와프(달러와 해당국 통화 맞교환) 협정을 맺고 있는 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달러화 대출금리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금융회사는 물론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 스위스 등 경제 동맹국과 함께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맞선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움직임은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연준이 썼던 양적완화 조치를 연상시킨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실적 급감에 대비해 은행에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기존 6조엔(약 69조원)에서 12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주식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자금 공급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라 회의 일정을 앞당기게 됐다.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당긴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에 이어 9년 만이다.

한은, 임시 금통위 임박… '빅컷' 단행할까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행보로 한은의 금리인하 시계도 빨라졌다. 장고를 거듭하던 한은도 조만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정 폭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쳤던 지난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했고 '9.11테러'가 난 2001년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금리인하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0.5%포인트의 '빅컷' 전망도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를 맞는다.  

한은 내부에선 여전히 통화정책의 즉각적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경색 조짐을 보이고 부동산 시장도 상승세가 꺾이는 점을 고려할 때 더는 주저해선 안 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한은은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준금리를 0.50∼0.75% 수준의 실효 하한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만큼 국채 장기물 매입 등 '한국형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은의 임시 금통위 개최는 FOMC 이후 시점으로 예상됐지만 연준이 일정을 앞당기면서 예상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완화정책 강화 기조를 고려하면 한은도 그동안의 보수적 패턴에서 벗어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