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
1980~90년대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해태 타이거즈(現 기아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용 전 감독이 2000년대 초 당시 팀의 주축이던 선동열 선수와 이종범 선수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남긴 말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스마트폰시장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달 말부터 국내외 언론은 올가을 공개될 예정인 아이폰12(가칭) 시리즈에서 번들로 제공되던 ‘유선 이어폰’과 ‘휴대폰 충전어댑터’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충전어댑터 공간이 삭제된 아이폰의 포장 디자인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소문에 힘을 보탰다.
애플 전문가인 밍치궈 홍콩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액세서리를 제거할 것”이라며 “아이폰에서 5G(5세대 이동통신)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원가를 내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도 “애플이 가을 출시하는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라이트닝 USB-C’ 케이블을 제외한 액세서리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2021년 출시할 예정인 일부 제품부터 충전어댑터를 기본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뜩이나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불만을 품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빼고 이어폰과 충전기만 박스에 포함하면 제품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다”며 제조사를 조롱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왜 충전어댑터를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하려는 것일까.
원가절감·환경보호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스마트폰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충전어댑터는 애플이 5W(와트), 삼성전자가 25W 및 15W로 제각각이라 정확한 원가를 산출하기 어렵다. 다만 충전기 부품이 저항기(필요한 전기 저항을 얻기 위한 작은 소자), 콘덴서(전기를 임시 저장하고 모으는 부품), 변압기(교류를 직류로 정류하고 전압을 낮추는 역할) 등으로 단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기 원가는 1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금액을 줄여서라도 원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개당 금액은 크지 않지만 충전기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상당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2억9619만대, 애플은 1억9348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충전기 제조사가 애플,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금액을 개당 5000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삼성전자는 연간 1조4810억원, 애플은 9674억원을 절감하게 된다.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는 5G 단말기에 고가의 부품을 탑재해 가격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소비심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얼어붙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충전기를 무상으로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충전기 판매를 중단하면서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국제통신연합(ITU)은 매년 스마트폰 충전기가 100만톤 제조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이중 매년 5만1000톤의 스마트폰 충전기가 버려진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충전기의 주원료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분해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바다로 유입된 HDPE 용출물이 산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사용자 77% 불만… 납득할 만한 보상 필요
스마트폰 충전기를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사용자들은 상당한 불만을 제기한다. 미국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 어소리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충전기가 기본 제공되지 않는 것에 대해 사용자의 77.24%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수긍한다는 사용자는 7.99%에 불과했다.
그들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충전기를 별도로 구입할 경우 현재 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충전기를 납품업체로부터 대량 구매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가격이 낮지만 낱개로 구입할 경우 비싸져 결국 사용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 제조사는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무상으로 제공하던 스마트폰 충전기를 유상으로 제공할 경우 원가절감분에 더해 충전어댑터 판매에 따른 수익도 발생한다. 애플의 경우 기존 5W 충전기 대신 20W 고속충전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20W 충전기의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18W USB-C 충전어댑터의 가격이 3만9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 충전기 가격은 이보다 더 비쌀 것으로 보이며 애플이 벌어들이는 추가 수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기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원가절감분과 충전기 판매 수익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돌아갈지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제조사가 사용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스마트폰 충전어댑터를 별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사용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가장 큰 보상은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다만 5G 도입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크게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