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미래통합당을 상대로 철벽 수비에 나섰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학력 위조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박 후보자는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 방미 당시 환영단장을 맡았던 일에 대해서만 인정,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국가정보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45호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청문회 시작부터 충돌 "자료제출 왜 안하냐"

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압박은 질의 전부터 시작됐다.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 4명 중 3명이 "자료제출에 성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위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를 "2000년 당시 권력 2인자"라고 표현하며 "단국대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자료로 학적부에 있는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했다. (성적 공개가)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말했는데 성적을 가리고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통합당 의원은 "120건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제출된 자료는 23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부동의해서 사실상 자료제출이 되지 않았다"며 제출을 촉구했고 조태용 통합당 의원도 "129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답변 온 게 37건이다. 이례적으로 답변율이 낮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자는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것은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 학교 측에서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이기 때문에 저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45호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학력위조 의혹 '중심'…박지원·하태경 치열한 공방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에 대한 학력위조 의혹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 측 첫 질의자로 나선 하 의원은 "다른 학력 위조와 달리 (박 후보자의 학적 위조에는) '권력형'이라는 말이 붙는다. 2000년 (박 후보자가) 실세 때 어두운 과거 은폐를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제출한 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2000년 광주교대 출신으로 고쳤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게 하 의원을 포함한 통합당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두사람간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아무리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이라며 입을 뗐지만 하 의원은 "답을 짧게 하라"고 말을 끊었다. 박 후보자는 "위조, 겁박과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짧게 하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하 의원은 재차 "(박 후보자가) 전공필수 과목을 단 1학점도 안 들었다" "160학점 중에 72학점이 빈다. 졸업 자격이 무효다"라고 주장했고  박 후보자는 "저는 분명히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내서 단국대에 편입했으며 성실하게 수강을 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하 의원이 "본질을 흐리지 말라. 후보자의 전략을 잘 안다"고 말하자 박 후보자는 "저도 하 의원의 전략을 잘 안다. 그러지 마시라"라고 맞받았다. 

대북송금은 "사실무근"…'전두환 환영'은 사과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북한에 불법송금한 관계가 없다"며 "2000년 6·15 때 정부 돈이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금강산 관광 등 7가지 사업의 대가로 현대가 지불했다고 하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사법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며 "제가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것이지만 저는 지금도 당시도 어떤 계좌를 통해서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했는지 모르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북송금 특검은 2003년 수사를 통해 현대가 4억5000만달러를 국정원 계좌를 통해 북에 지원했고 이 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금이 1억달러 포함됐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당시 사건 핵심 인물인 정몽헌 현대 회장이 별세했고 대북송금에 관여했던 박 후보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많이 비난했다. 선거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통합당 의원이 "사람이 지나면 하는 말도 생각도 바뀔 수 있지만 후보자의 바뀜은 진폭이 크다"고 비난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에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두번 뵙고 용서해 달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미 당시 환영단장을 맡은 것에 대해선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망명 시에 그에 대해 말씀드렸고 지금까지도 얼마 전까지도 방송에 출연해 내 잘못을 반성하고 살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이 나라 민주화에 벽돌 하나라도 놓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