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이 꺼낸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를 거부하기보단 일단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고심하고 있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HDC현산 측의 인수 의지를 확인하는 게 선결과제란 입장이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27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HDC현산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HDC현산의 인수의지 및 진정성과 관련한 저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또 HDC현산은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8월 중순부터 약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앞서 금호산업이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보냈는데 이에 대한 회신인 셈이다.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지만 일단 산업은행은 HDC현산 측의 요구를 묵살하기 보다는 수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고민은 HDC현산의 인수에 대한 진정성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독대했다. 정 회장은 앞서 이 회장의 회담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했다. 이 회장이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만남을 제안하자 어쩔 수 없이 이 회장과 만난 모양새였다.
이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인수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재실사 카드를 꺼낸 것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를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별도의 재협상 없이 인수를 포기하면 HDC현산은 2500억원 계약금을 돌려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개월째 진전이 없는 상황에 금융당국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이 이전과 크게 바뀌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인수 의지가 있는 건지, 포기하고 싶은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HDC현산과 금호산업, 채권단이 원활하게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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