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의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의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로봇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최정상급 로봇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하며 현대차그룹이 단숨에 관련 분야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는 평이다.
현대차그룹은 총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 가치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한다.

관련 업계는 ‘조인트벤처’가 아닌 인수를 추진한 점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한 점에 주목한다. 현대차그룹의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교통(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는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기술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올해 444억달러(약 48조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1772억달러 규모(약 19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에 관심 갖는 자동차업체

일본 혼다의 휴머노이드(인간과 생김새가 유사한 것) 로봇 ‘아시모’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사진=뉴스1 DB
자동차회사가 로봇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부터다. 일본 혼다의 휴머노이드(인간과 생김새가 유사한 것) 로봇 ‘아시모’가 대표적이다. 혼다가 2000년 세계 최초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을 선보인 이후 아시모는 혼다 기술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혼다는 오랜 시간 큰 홍보 효과를 누렸으나 2018년 조용히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율주행기술의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또 사람이 입는 ‘웨어러블 로봇’ 형태로 의료용 보행 보조기구로도 발전했다. 현재는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패스봇’ 등 서비스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토요타는 물품 배송용 마이크로 팔레트 로봇 개발에 집중했다. 최근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T-HR3’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이다. T-HR3는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하는 일종의 아바타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충전 문제를 해결해줄 충전 로봇을 개발했다. 전기차 운전자가 충전소를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로봇이 알아서 찾아와 충전해주는 서비스 로봇이다. 전기차 충전 구역을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포드는 택배 배송용 보행 로봇 ‘디지트’를 개발했다. 택배 배송차가 주택 앞에 멈추면 로봇이 트렁크에서 나와 집 앞까지 짐을 들어다 놓는 방식이다. 장애물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현관 계단을 걸어 올라갈 수 있다.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포드처럼 물류 배송용 로봇을 개발했다. 무인 배송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자율주행 셔틀에 4족 보행 로봇을 연계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물류 로봇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최종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장동규 기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어떻게 활용할까.우선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물류 로봇을 통해 얻은 관련 기술을 활용해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출한 다음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사업을 위해 관련 기술을 모두 갖춘 글로벌 톱 수준 기업의 인수를 추진했다”며 “짧은 시간에 그룹 차원의 로봇 관련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로봇 기술, 자동차에도 활용될까

업계는 로봇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보행로봇 '아틀라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와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실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2020년대 중반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유망기술로 ▲재생에너지 ▲자율주행기술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을 선정했다. 

로봇기술 중 사물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서 스스로 행동하는 기능은 자율주행기술과 연관이 있다. 여기에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상대에 맞추는 것도 가능해진다. 운전자 성향에 맞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 또한 서비스 로봇이 발레파킹을 한 뒤 전기나 수소 등을 운전자 대신 충전할 수 있다.
차를 만드는 공장에서도 활용되는 건 기본이다. 작업자가 입는 로봇을 통해 사람이 들 수 없는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고 작업자의 부상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단순 생산라인에서는 협업로봇을 통해 작업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확장하면 의료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로봇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자율주행차와 결합해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공공영역에서 안전이나 보건 등에서도 활용 가능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해진 부분에서도 로봇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며 “특히 현대차그룹이 로봇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