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원들 앞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강민경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우크라의 평화적인 일상과 개전 후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로이터·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세계의 지도자이자 평화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세계인의 생명을 위해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나 이웃이 원할 때가 아닌, 때가 되면 죽을 권리를 누릴 수 있게 싸워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도중 발언을 잠시 중단하고 2분 남짓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키이우(키예프), 하르키우(하리코프), 오데사 등 평화로웠던 우크라 도시 속 시민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영상 속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커피를 마시며 공원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도시는 잿빛으로 변했고,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도시 건물은 포격의 대상이됐으며 숨진 이들은 장례식 없이 땅속에 매장됐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의 끔찍한 아침을 기억해 달라. 2001년 9월11일 사악한 이들이 당신의 도시를 전쟁터로 만들려 했던 끔찍한 날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당신도 막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매일 그런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무리한 부탁이라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전투기와 방공시스템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틴 루터 킹의 명연설을 인용하며 "나에게는 꿈이 있다. 우리의 하늘을 지켜야 한다. 당신의 결정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對)러 제재 강화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유럽 전체에 가장 어두운 시기에, 더 많은 것을 요청하고 싶다"며 "러시아의 전쟁 기계가 멈출 때까지 매주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서 즉시 떠나야 한다. 그곳은 우리의 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시간 안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힘과 의식을 가진 책임 있는 국가들의 연합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연합은) 필요하다면 무기와 (대러) 제재, 인도주의적 지원, 정치적 지원, 자금 지원 등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를 구하고 생명들을 구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후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CNN은 "이날 역사적인 연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다 많은 군사 지원을 제공하라는 세계적 압박 속 펼쳐졌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