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하 출혈경쟁을 벌여온 국내 LCC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김포공항 활주로에 주기된 LCC 여객기.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좁은 땅에 9곳 난립, 인구 6.6배 많은 美와 공동 1위
②일본 시골까지 안내해 주던 LCC… 감원 칼바람 불까
③'가격 후려치기' 후폭풍, 업계 재편 불가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 난립한 LCC는 9곳이 돼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한국은 국토가 좁지만 국내선 수요가 높아 LCC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상은 출혈경쟁에 지나지 않았다. 난립한 LCC는 각종 문제를 야기했고 자금난에 허덕이며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구도 적고 땅도 좁은데 미어터지는 항공사

항공 운임을 기존 대형항공사(FSC) 대비 70% 이하로 낮춘 LCC의 시초는 1971년 미국에서 출범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이 항공사는 항공기 기종을 통일해 유지비를 아끼고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 하는 방법 등으로 전체 비용을 절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같은 LCC는 1990년대 들어 유럽에 전파됐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아시아에도 도입돼 3~4시간 이내의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도 2000년대 들어 LCC가 활발히 도입돼 성황을 이뤘다. 일본·중국 동남아 등 2~4시간의 중거리 노선뿐 아니라 제주·부산·광주 등 1시간 내외의 국내 단거리 노선에도 활발히 운영되며 승객을 끌어 모았다.

기존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불과했지만 비용을 절감한 LCC가 등장하자 단거리 제주를 비롯한 가까운 해외 중거리 노선은 LCC를 이용하는 승객이 늘며 호황을 맞았다.
가격인하 출혈경쟁을 벌여온 국내 LCC의 생존이 위태로운 양상이다. 사진은 인천공항 입국장 전광판에 안내된 각 항공사 비행 일정. /사진=뉴스1

LCC 이용객이 늘자 곳곳에서 LCC가 우후죽순 생기며 난립했다.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에 몰입해 앞다퉈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내실을 쌓지 못했다.


김포공항뿐 아니라 군산·청주·부산·제주·강원 등 각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둔 LCC가 계속 생겨나 현재 국내 LCC는 총 9곳(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에어로케이항공·플라이강원·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이나 된다.

국내 LCC 수는 한국보다 국토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미국과 함께 공동 세계 1위다. 미국 외에 ▲일본(8곳) ▲중국·태국(각 6곳) ▲독일(5곳) ▲캐나다(4곳) 등과 비교해도 국내 LCC는 지나치게 많다.

LCC 관계자는 "갈수록 회사가 많아지고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항공사가 많아지면 다양한 가격대의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출혈경쟁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출혈경쟁만 난무… 안전 등 인프라는 부족

국토교통부의 무분별한 LCC 승인도 업계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과 마주한다. LCC는 지방도시 인구의 이동권 보장과 지방공항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설립됐지만 허울에 불과했다.

LCC는 출혈을 감수한 가격인하 경쟁에만 몰두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밑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류 열풍 등에 맞춰 중국발 한국행 여객 수요를 대거 끌어온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기세가 꺾였고 최근 다시 확산세가 이어져 당분간도 이 같은 계획 실행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가격인하 출혈경쟁을 벌여온 국내 LCC가 힘겨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김포공항에 주기된 LCC 여객기. /사진=뉴시스

업계 1위 제주항공만 살펴봐도 LCC의 암울한 상황이 여실히 대변된다.

제주항공은 LCC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고객 유치에 여념이 없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웃지 못했다. 이 시기까지 누적 적자만 1962억원이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차츰 열리며 전 분기 누적적자 금액(2498억원) 보다 약 536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빚더미다.

제주항공은 같은 해 9월 유상증자를 통해 2173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위기탈출에 안간힘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LCC는 가격인하 경쟁에 몰두해온 반면 운항·정비 등 안전 관련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운항승무원 자격 기준은 대한항공이 비행 경력 1000시간 이상인 반면 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은 4분1 수준인 250시간이며 제주항공은 300시간으로 짧다.

항공기 정비도 모 기업의 지원이 가능한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을 뺀 나머지 LCC는 자체 정비 능력이 부족해 해외업체의 손을 빌리는 실정이다.

내실은 갖추지 못한 채 업체 수만 늘다 보니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피해는 무급휴직 등에 들어간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LCC 관계자는 "고객들은 오로지 싼 운임의 항공편만 원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출혈경쟁이 심화 됐고 각종 악재가 거듭 쌓이며 난항이 이어졌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