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 5개 법인 직원 2100명 이상이 사측과의 임금 교섭 난항에 반발하며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한 2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모습.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이날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파업 중인 5개 법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로그아웃 데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리스크가 항소심 시작과 함께 다시 커진 가운데 대규모 파업으로 인한 내부 갈등과 주가 하락까지 겹치며 '삼중고'가 덮친 모습이다.

29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로그아웃데이'를 단행했다. 지난 10일 본사 기준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벌인 4시간 부분 파업에 이어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로그아웃데이 파업은 별도의 오프라인 집회 없이 조합원 전원이 종일 연차 또는 휴무(오프)를 사용하고 사내 업무 시스템에서 온전히 로그아웃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별도의 시작·종료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날 하루 전체 진행된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약 2100명이 참여를 확정했으며 당일 추가 참여 신청자도 있으나 별도의 집계는 하고 있지 않다. 현재 파업 중인 5개 법인 조합원 수는 최대 30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 간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보상 체계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인당 약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영 부담이 크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 측은 "29일 이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사측과의 교섭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규모가 커진 만큼 주요 서비스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스템상 휴가자와 파업 참여자를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본사 기준 파업 참여자는 800여명 선으로 추산된다"며 "구체적인 실시간 대응 체계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특별한 상황이 생길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주요 서비스는 자동화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낮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M 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부 진통과 더불어 사법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김범수 창업자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이 막을 올렸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창업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창업자 등은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1100억원의 자금을 투입, 300회 이상 고가 매수 및 물량 소진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시세 조종성 주문으로 볼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구체적인 공모 정황을 추가로 제시하며 유죄 입증에 총력을 다했다. 검찰은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분수령이었던 2월28일 오전에는 카카오 본사 자금을, 오후에는 카카오엔터 자금을 집중 소진하는 등 철저한 역할 분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 창업자의 지시 하에 겉으로는 하이브와 싸우지 않는 척하면서 뒤로는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압박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 4명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고 재판부는 채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공판이 예고된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10월21일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악재가 겹치며 주가도 악화일로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12월30일 종가 기준 6만100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3월31일 4만5800원, 지난 26일에는 3만3150원까지 내리며 반년새 45%가량 폭락했다. 파업 당일인 29일 오후 기준 주가는 3만5000원에 거래돼 소폭 반등을 시도 중이다.

카카오는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12일 프로덕트 조직의 세부 개편과 인사이동을 공지했다. 홍민택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의 사의 표명에 따라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카카오톡'과 '비즈니스' 부문으로 이원화하고 이를 정신아 대표 직속 체계로 전면 재정비했다. 운영 방향과 실무 역할을 구체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유저 퍼스트 TF'를 신설하고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디자인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각 영역의 전문성과 협업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다만 카카오톡 서비스 고도화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톡 부문 성과리더' 자리는 현재 공석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보직에 대해 아직 추가적인 인선 계획이 잡힌 것은 없으며 공석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본업인 카카오톡 서비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영역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편을 진행한 것"이라며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운영체계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