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 붕괴와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 등 대혼란을 목도하며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백신과 필수의약품 등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방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2023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렸다. 원 회장의 신년 기자회견은 오는 3월 협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뤄지는 만큼 제약 주권 마련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평이다.
반도체보다 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2022년 1630조원에서 2028년 2307조원으로 연평균 6%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2년 반도체 시장(740조) 규모보다 세 배 큰 수치다. 바이오의약품 증대, 디지털 헬스케어 확대, 첨단재생의료산업 성장 등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서다.원 회장은 "전 세계 주요국 사이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번 팬데믹을 기점으로 탈세계화와 자국내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는 흐름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예산으로 14조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강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 1800조원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전략 2030'수립하고 범정부 연구개발 콘트롤타워를 설치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투자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비는 8조원에 달했다.
갈 길 먼 K-제약바이오… 낮은 자급률 해결은
한국의 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한 25조원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한 국가로 이름을 날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세계 유일의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했다.다만 제약주권의 핵심 지표인 자급률은 2021년 기준 ▲완제의약품 60% ▲원료 24% ▲백신 자급률 50%(필수예방백신 28종 중 14종)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 예산 지원 역시 2022년 기준 4조5000억원으로 미국국립보건원(NIH)이 편성한 56조원과 비교해 8% 수준이다.
원 회장은 "의약품 자급률 제고는 산업 경쟁력 확보의 선결요건"이라며 "원료·필수의약품·백신의 국내 개발과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원 회장은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민·관·학·연의 역량을 극대화한 오픈이노베이션 구축 ▲글로벌 무대 제약강국 도약의 기반 마련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산업 고도화 환경 구축 등 제약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에 제약바이오 육성 지원 방안 촉구
원 회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산업계가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과감하고 신속한 육성지원 방안의 실행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0%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원 회장은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와 세제 지원 확대, 해외 전량 의존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 활용 시 약가 차등제에서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주문했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와 '메가펀드 지원규모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시급성을 강조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조율하는 국무총리 직속 콘트롤타워가 빨리 설치·가동해야 한다"며 "바이오펀드는 1조원대로 확대하고 최종 임상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