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와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해 서울 전세가율이 10년 8개월 만에 바닥을 찍으며 전세값 하락폭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빌라 사기꾼' 사태로 전세에 대한 두려움까지 촉발되며 가라앉은 전세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0%로 전월(52.9%) 대비 0.9%포인트(p) 떨어졌다. 전년 동기(54.6%)보다는 4.0%p나 낮다. 이는 2012년 5월(51.9%) 이후 최저 수치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길어질수록 전세시장 침체기도 연장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3.98%로, 1998년 5월(-6.74%) 이후 최대 폭이다.
매매가와 전세보증금 사이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5.45%로, 매매가 하락률(-2.96%)보다 2배가량 높았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의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매매-전세 간 가격 차는 2159만원으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을 보였다.
최근 부동산 침체로 인해 전세값이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998년 5월(-6.74%) 이후 최대 폭인 3.98% 떨어졌다.
전세가율이란 주택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다. 매매가 10억원, 전세가율이 50%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다면 보증금으로 5억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매매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지표로 쓰인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전세를 낀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용이해지고 돈을 좀 더 보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은 상황에선 매수 초기 비용이 커져 매수세가 주춤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전세가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금융·경제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전셋값 하락이 매맷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조정기에 두드러진다"며 "최근 주택시장에서 매맷값 하락이 전셋값 하락을 불러오고 낮아진 전셋값이 다시 매맷값을 끌어내리는 연쇄작용으로 인해 부진이 심화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