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조부모를 둔 A씨는 편찮은 조부모를 뵙기 위해 제주와 서울을 오갈 때마다 항공권 구하느라 전쟁을 치른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표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갑작스러운 제주 갈 일이 생기면 항공사 예약, 공항 현장 대기에 긴 시간을 쏟아야 한다. A씨는 "제주에 사는 가족에게 비행기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인데 표를 구하는 일 자체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겨우 표를 구해도 항공권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포-제주 노선 항공 좌석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해당 노선을 제주도민의 일상과 직결된 '필수 교통망'으로 규정하고 국토부에 항공사 운항계획 이행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국토부는 오는 7월부터 수요가 많은 노선 증편을 추진하고 제주공항 슬롯을 국내선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운항편을 늘리는 항공사에는 착륙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원내대표회의실에서 '김포-제주 항공 좌석 부족 사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시을), 문대림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시갑) , 김성범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박준상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국장, 대한항공·이스타항공·제주항공·에어서울항공·파라타항공·트리니티항공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 직무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김포-제주 간 항공편은 도민에게 사실상 대중교통과도 같은 필수 교통망"이라며 "좌석 부족은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도민 이동권을 침해하는 중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진료나 출장으로 서울을 오가야 하는 도민에게 좌석 부족은 일상의 제약을 뜻한다"며 "관광객 감소와 소비 침체 등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 직무대행은 항공편 감축 원인에 대한 점검도 주문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중동발 유가 상승으로 항공업계 부담이 큰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운항 여건상 어려움이 있었다면 왜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는지 사유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판단 등 전략에 따른 조정이었다면 공공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정부와 항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국토부도 슬롯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항공사별 운항계획 이행 사항을 책임 있게 점검해달라"고 했다.
제주 지역 의원들은 김포-제주 노선을 도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림 의원은 "제주 노선은 필수 교통, 필수 항공 노선이라는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며 "그런 인식이 있었다면 최근 문제가 된 항공 좌석난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항공사가 제출하는 운항계획 변경을 승인·감독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제주도민의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고려했는지 매우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주도민 이동권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비용에 관한 국가 책임을 법률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고 했다.
김성범 의원도 "도민에게 비행기는 대체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자 생명수단"이라며 "좌석 부족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공사가 약속한 운항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국민들의 지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감독기관의 대처에도 아쉬움이 있는 만큼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개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한규 의원은 이번 사안이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제주 항공권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에 당 지도부와 함께 회의를 열게 된 것은 비단 제주도민의 이동권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에는 세미나, 각종 업무상 방문하는 분들과 여행객들이 많다"며 "이분들의 행복추구권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항공사들은 고유가 등으로 운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 직후 김한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유가 인상에 대한 헤지를 하지 못해 운항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경영상 측면에서 감편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생길 때 감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항공사 감편 최소화와 김포-제주 등 수요가 많은 노선의 증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국토부가 6월부터 항공사에 감편 최소화를 권고했고 7월부터는 수요가 많은 노선의 증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제주공항의 경우 국제선보다 국내선에 슬롯을 우선 배정하고 지난해보다 증편하는 항공사에는 7월부터 착륙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항공사 평가와 운수권 배분 기준을 손보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 의원은 "항공사 평가에서 운항 신뢰성, 즉 사업계획 준수 여부를 반영하고 미흡할 경우 향후 운수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제주 지역 의원들은 향후 관련 법안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제주도민 이동권에 특히 관심을 갖고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부분 이를 확보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문 의원도 "도민 이동권 확보를 위한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비용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법률 개정 작업을 세 의원이 함께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