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이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TX울산역 연결도로 임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 후보. /사진=장동규 기자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가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이 화두에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 1위인 김 후보를 향해 경쟁 후보들이 맹공을 가할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까지 해당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결정하며 본격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해당 의혹이 여당 내 당권 싸움을 넘어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하자 김 후보는 진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김 후보의 부동산 문제는 지난 15일 진행된 1차 TV토론 당시 황교안 후보가 언급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황 후보는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후보 임야로 휘어져 관통하는 노선으로 변경돼 3800만원을 주고 산 땅이 크게 올라 엄청난 시세차익이 생겼다는 의혹이 있다"며 김 후보를 공격했다.

황 후보는 지난 20일에도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며 "누구든지 궁금하신 분은 김 후보의 울산 땅 현장에 가 보라"라며 김 후보의 울산 땅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김 후보가 해당 의혹을 제기한 울산MBC PD 상대로 낸 민·형사소송 판결문까지 제시하며 "울산지검은 MBC 보도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 판결문도 이 사건 방송의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고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김 후보는 당·대통령·나라를 위해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후보 역시 맹공에 나섰다. 안 후보는 지난 2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정치에서는 법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고 총선을 지휘하는 당대표가 편법을 사용해서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증식한다면 당 전체가 총선 폭망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라며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같은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난 23일 KTX를 타고 김 후보의 임야를 (마을) 이장과 함께 걸어서 올라가 봤다"고 밝혔다. 그는 살펴본 임야에 대해 "가봤더니 도저히 목장용 자리가 아니었다"며 "투자 목적도 아닌 목장용지였다고 하면 국민들은 '왜 샀을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이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TX울산역 연결도로 임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 후보. /사진=장동규 기자

계속되는 공세에 김 후보는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준비한 PPT(해당 토지 노선도와 종단면도)를 자료로 보여주며 약 40분 동안 해당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세상에 자기 땅 밑으로 터널을 뚫어달라고 요구하는 지주가 어디 있냐"며 "1800배 시세차익도 거짓말이고 연결도로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음해와 마타도어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진심을 갖고 싸울 것이며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민주당뿐만 아니라 우리당 전당대회가 흑색선전과 근거 없는 비방·네거티브로 얼룩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내 의혹이 증폭되자 김 후보는 지난 24일에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시·구의원 지지선언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허무맹랑한 궤변을 갖고 계속 당내에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땅 일부가 목장 용지도 있고 임야도 있다"며 "목축을 한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후보가 해당 의혹을 해결하지 않고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당내 경선에서 시작된 것처럼 김 후보의 '울산 KTX역 땅 투기' 의혹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김 후보를 겨냥해 "제2의 대장동"이라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이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없기에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며 "민주당은 아마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이 끝날 때까지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