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구현모 KT 대표가 질주를 멈췄다. 여권과 최대 주주 국민연금의 거세지는 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며 '공개 경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민영기업 KT를 좌지우지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구 대표가 그간 KT에서 일군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23일 KT 이사회에 차기 대표 후보직에서 물러난다고 전했다. 자진 연임 철회는 정치권의 압박이 결정적이다. 그는 지난해 말 연임에 도전한 이후 이사회에서 일찌감치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경선을 자처했다. KT 이사회는 내외부 인사 27명을 심사, 그해 말 구 대표를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더 나은 인물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구 대표 단독 후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꼬집었고 정치권도 KT와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했다.
이에 KT 이사회는 또 한번 공개경쟁에 나섰다. 구 대표와 전·현직 KT 고위 임원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까지 합해 3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지원자는 구 대표였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정치권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구 대표는 스스로 물러났다. KT와 그를 따라 성과를 일군 후배들에게 행여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취임한 이래 KT 체질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육성했다. 그의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KT' 전략은 취임 전 약 6조9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구 대표의 임기는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표 경선에 도전한 33명(구 대표 제외)을 심사한 끝에 면접심사 대상자로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4명을 선정했다.
차기 KT 대표는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이 추려진 후보군 4명 가운데 오는 7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이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며 임기는 주총 선임 이후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