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다발성 수포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은 흔히 50대 이상의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대상포진 환자 수는 72만5831명에 이르는데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5~64세였다.
최근 20~40대 간경변증(간경화)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인 간경변증 환자 50만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간경변증이 있으면 없는 사람보다 대상포진 발병률은 약 9%, 입원율은 약 48%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임상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에 최근 게재됐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특히 20대 간경변증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20대 간경변증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41% 높았다. 30대는 16%, 40대는 17%, 50대와 60대는 8%, 70대는 6% 높은 것으로 분석돼 젊은 층 간경변증 환자가 고령층보다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이밖에 여성,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 복용자, 합병증이 동반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았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돼 피부발진과 신경통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처음 2~3일은 불쾌한 감각을 느끼다가 점차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째는 듯한 예리한 통증을 느낀다. 만지기만 해도 통증을 느껴 옷을 입기 힘들 수도 있다. 신경통뿐만 아니라 두통, 호흡곤란, 복통, 팔다리 저림, 수면장애, 우울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심하면 운동신경에도 영향을 끼쳐 운동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권장된다.
간경변증이란 간세포 손상(간염)이 장기간 지속됨으로써 간에 흉터가 흉터가 쌓이는 간섬유화증이 간 전반에 걸쳐 진행된 증상을 말한다. 간에 흉터(섬유화)가 과도하게 쌓이면 간으로 혈액이 잘 유입되지 않아 간 문맥압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문맥 고혈압 합병증(복수, 정맥류)이 생긴다. 점차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간세포의 수가 과도하게 적어지면서 단백질 합성, 해독 작용 등의 간 기능 장애로 인한 합병증(황달, 간성 뇌증)이 발생한다.
최종기 교수는 "간경변증은 간 기능 감소와 동반된 면역기능 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연구는 해당 기간 내 모든 대한민국 성인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간경변증 환자는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