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인생은 늘 준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서 일식당 '오렌찌(Orencci)'를 운영하는 오너셰프 내한상 대표(52)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15년까지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한 곳인 '마루베니'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퇴사 후 직접 무역상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2월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내한상 대표는 대학때 무역학을 전공하고 국내 최초 사설 여론조사 기업 한국갤럽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마루베니' 라이프 스타일부로 이직해 유니클로, 자라, 베네통 등 해외브랜드들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마루베니 최초로 국내 패션브랜드 '이지오'를 인수해 관련 사업을 총괄 진두지휘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소위 잘 나가던 그가 식당을 개업하자 주변 지인들은 놀랐다. "왜 사서 고생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그가 시작한 일이기에 기대감이 더 컸다.
글로벌 '상사'에서 앞치마 두르고 '셰프'로 변신
식당을 방문한 날 앞치마를 두른 내 대표는 미소 띈 얼굴을 맞이했다. 그는 마루베니 퇴사 후 무역상사를 운영하다가 사업을 접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고심 끝에 관심은 높았지만 엄두를 못 내던 요식업 도전을 결심하고 지난해 일산 정발산동에 식당을 개업했다. 식당명은 '오렌찌' '관서식 스키야키' 전문이다. 관서지방은 일본 오사카, 고베, 교토 등을 아우르는 지역명이다. 주변에 흔한 스키야키는 관동(도쿄 인근 지역) 식으로 관서식 스키야키와는 차이가 있다. 입맛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관서식이 관동식보다 맛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렌찌(俺ん家)'는 일본말로 '우리집'이다. 우리집을 방문한 귀한 손님께 손수 만든 음식으로 정성껏 대접하겠다는 내 대표의 의지를 상호로 삼았다. 매일 아침 일찍 장을 보고 각종 소스부터 음식을 직접 손질해 만들어 낸다고 한다.
부친의 해외근무로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생활한 내 대표는 마루베니 도쿄 본사 재직 시절에도 전세계 안 가본 나라와 도시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출장 중에도 각 도시의 맛집을 탐방하고 조리법을 물어보고 익혔다. 당시 주말에는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요리를 배우고, 오사카의 스키야키 장인의 가게에 찾아가 조리법을 전수받았다. 맛있게 먹었던 요리의 본 맛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밤을 새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하니 남다른 열정도 높게 살만 하다.
한국에도 스키야키 식당이 유행하자 유명 식당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먹어본 맛, 본인이 생각하는 맛과는 달랐다. 결국 그는 "직접 만들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맛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대표는 창업 전 6개월 이상 매일 몇 번씩 스키야키를 만들었다. 간장소스(와리시타)의 비율이나 고기의 종류와 두께 등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였다.
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요리와 패션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며 "시각적인 부분과 감각적인 부분 또한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업철학으로 삼았다"고 했다.
오렌찌에는 최근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대면 키오스크가 없다. 내 대표는 앞으로도 설치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오렌찌는 손님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주며 설명을 해준다. 그는 "키오스크 주문 후 식사만 하고 식당을 뜨는 요즘 일본 식당과 달리 진정한 식당에선 '소통'이 중요하다"며 "직접 고기를 구워 드리며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아직 생소한 관서식 스키야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부드러운 한우 생등심에 달달한 간장소스의 조화로운 맛에 놀라고, 일본 유학경험이 있는 일부 손님들은 본토에서도 맛보기 힘든 맛있는 스키야키라고 칭찬한다. 일본에서만 맛볼수 있는 치킨난방츠께, 유즈토리나베, 네기시오로스 등 안주류도 호평을 받는다.
인생은 고민의 연속…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
내 대표는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단 도전하라"고 조언했다.그는 "어쩌다보니 30대와 40대, 50대 때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면서 "인생 고민의 끝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도 모든 것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도전을 주저할수록 야속하게 시간이 흘러 시기만 늦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모한 도전을 밀고 나가라는 것은 아니다"며 "진짜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도전 끝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내 대표는 행복해 보였다. 50대인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 대표는 "지금은 오렌찌 운영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지만 또다른 목표는 다양한 해외 경험과 외국어에 능통한 만큼 외국에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꿈을 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