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추진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흔들리는 삼성 깃발. /사진=뉴스1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를 겪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선언했다. 수요 부진으로 판매가 줄고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생산량을 줄여 업황 반등을 노리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만큼 감산 규모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9.0%, 영업이익은 95.8% 급감했다.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고객사들이 재무 건전화 목적으로 재고 조정을 시행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선 것은 재고 증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6조4551억원) 대비 76.6% 증가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같은 기간 9.7%에서 11.6%로 늘었고 재고자산회전율은 4.5회에서 4.1회로 감소했다. 재고가 확대됐으나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는 늦춰진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도 감산 배경으로 꼽힌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면 시장 가격이 올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3월 3.41달러에서 올해 3월 1.81달러로 46.9%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6Gb*8 MLC) 가격도 같은 기간 18.3%(4.81달러→3.93달러) 떨어졌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 감산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63조8214억원, 영업이익 853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도 2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3%, 93.9%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어정쩡한 감산 규모를 유지해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감산 규모를 늘려 피해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미세공정으로의 전환, 연구·개발(R&D)용 엔지니어링 웨이퍼 투입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이를 두고 자연적 감산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감산 기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이번엔 감산을 공식 언급한 점을 보아 감산 규모가 클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