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인도를 걸어가던 초등학생을 쳐 숨지게 한 전직 공무원 A씨(남·60대)가 구속된 가운데 음주운전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기술이 개발됐음에도 법적인 한계로 도입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 시동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개발돼 있다.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출발 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음주 유무를 확인한 뒤에 차에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을 뜻한다. 운행 중간에도 알코올 농도를 계속 측정해야 주행이 가능하다. 출발 시 누군가 대신 측정해 시동을 걸어준 뒤 술을 마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1986년 처음 도입된 뒤 캐나다·호주·스웨덴·영국 등에서 쓰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선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후 7년 새 음주운전 사망자가 절반가량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주요 국가들은 모든 차량에 이런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진 않는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거나 통학버스 등 특별히 음주운전시 피해가 큰 요주의 차량에 대해 장치를 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법령 미비로 인해 섣불리 시동잠금장치를 상용화해 소비자들에게 음주 측정을 강제할 경우 권리침해 소지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떤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할 것인지를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는 이상 완성차 업체에서 임의로 특정 차량 혹은 모든 차량에 이를 설치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넣는다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와 부품사들은 현재로선 시동잠금장치 기술 추가 개발이나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가 나서 시동잠금장치를 전면 도입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