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요건 완화를 위한 이른바 '예타 완화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상정되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영석(국민의힘·경남 양산갑) 기재위원장은 17일 오후 기재위 전체 회의에서 예타 완화법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오늘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예타 완화법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예타 조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사회기반시설(SOC)·지능 정보화 산업,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등 총사업비 기준 금액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비는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상정,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금액기준이 변경될 경우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여·야는 그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을 반영해 기준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에 개정안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의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국민의힘·대구 동구갑) 의원은 전날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더불어민주당·인천 서구을) 의원에게 해당 법안에 대한 재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총선 1년을 앞두고 선거에 유리한 지역 사업 등 유치를 위해 면제 기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12월5일 잠정의결 했던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적으로 합작한다는 오해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의 의결은 유효하다. 정상 절차를 밟되 논의를 좀 더 해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거냐는 부분은 야당 간사와 의원님들, 더 많은 분의 의견을 들어 야당 간사와 협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재정준칙 법제와 관련해 "예타 완화와 재정건정성과 연결해 재정준칙 논의와 연계시키는 의견이 많지만 이는 또 다른 부분"이라며 "민주당은 공개적·공식적으로 재정준칙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예타 기준을 놓고 "24년 전쯤 예타 기준인데 그 사이에 물가도 얼마나 올랐냐"며 "포퓰리즘이면 앞으로 영원히 놔둬야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신뢰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반도체법도 그렇고 이번 법도 그렇고 여당이 먼저 상정하자고 해놓고 다른 의견이 나오면 뒤집는다"며 "여·야간 신뢰의 문제도 있고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법제화 관련해 "건전 재정이야 누구나 다 동의하는 것이지만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지 않냐"며 "지금 시기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