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은 국내 일부 LC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에 주기된 LCC 여객기.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잇몸으로 버텼는데… 수요 급증에 체할라
②돈 되는 노선 잡아라… LCC, 슬롯 전쟁
③구원 등판 사모펀드, 결국 돈 노리는 저격수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가 사모펀드(PEF)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는 LCC 지분을 확대하며 영향력도 커졌다. 지분율 확대를 통한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은 어려움에 처한 LCC에게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선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른바 '먹튀'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구원투수보단 기업 사냥꾼일 뿐이란 지적이다.

자금력 앞세워 여기저기 뻗치는 손

사모펀드의 기업 지분 투자 목적은 '돈'이다. 그 외 다른 목적은 찾기 힘들다. 사모펀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이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자금난 해소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LCC는 사모펀드들에게 자금을 지원받았다.

폐업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이스타항공이 대표적이다. 호남권 중견건설사 성정은 법정관리 중이던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2021년 사들였지만 경영 정상화에 애를 먹었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미뤄서다. 매각을 위해 새 주인을 물색하던 성정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와 접촉했고 올 1월 회사 지분 100%를 1100억원에 넘겼다.


티웨이항공도 사모펀드의 자금력에 기댔다. 티웨이항공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JKL파트너스로부터 1017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JKL파트너스는 2021년 4월 특수목적법인(SPC) 더블유밸류업(유)을 세워 800억원 규모의 티웨이항공 전환우선주(CPS)를 취득했다. 지난해 217억원을 추가 투입했고 현재는 티웨이항공 지분 16.57%를 보유한 2대주주다.
주요 LCC 지분 현황. /디자인=이강준 기자

경영진 갈등과 수익성 악화로 궁지에 몰렸던 에어프레미아도 사모펀드의 힘을 빌렸다. 에어프레미아는 2021년 JC파트너스·코차이나 컨소시엄이 지분 51.5%(약 1250억원)를 인수하면서 숨통이 틔었다.

이밖에 플라이강원은 세븐브릿지프라이빗에쿼티(5.71%, 약 10억원), 에어인천은 소시어스(51%, 약 750억원) 등의 사모펀드 자금이 투입됐다.

대형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화물 운송 사업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여객 운송 외에는 마땅한 수익창구가 없었던 LCC는 악화일로를 벗어나기 위해 사모펀드의 수혈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 수혈 좋지만 국가기간산업 안정성 저해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LCC 자금 수혈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침체된 LC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회사의 재도약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극적으로 다시 비행기를 띄운 이스타항공 사례처럼 빠른 시간 안에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투자를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이 더 짙다. 사모펀드는 태생 목적이 '돈'이기 때문에 수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등 돌릴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얼마 못 가 수익만 챙겨 발을 뺄 가능성이 커서다.

또 다른 우려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안정성 저해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로 국적사의 생존은 국가경제와 국민 편익으로 직결된다. 정부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3년 동안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의 지원을 쏟아 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자금이 유입된 국내 일부 LC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 전광판에 안내된 LCC를 비롯한 각 항공사의 비행 일정. /사진=뉴시스

LCC를 포함한 다수의 항공사가 사모펀드의 자금으로 운용될 경우 저가 인수, 고가 매각을 통한 경영환경의 불안정성도 초래된다.

LCC관계자는 "티웨이항공에 발을 들인 JKL파트너스의 경우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로 기업 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재매각해 엑시트한 전례가 있다"며 "2015년 하림그룹과 함께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인수해 구조조정 뒤 재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항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사모펀드 자금 투입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인정하지만 이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항공사의 리스크를 키워 건강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항공운항안정성 저해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영향력 강화는 단기이익 실현이 우선 고려대상이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운항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항공업을 단기 투자 세력에 내주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과 다르게 사업구조를 꾸며놓고 내국법인의 자금 또는 소득을 국외로 이전하거나 국내에 반입돼야 할 소득을 현지에서 빼돌리는 수법으로 외화자금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사모펀드의 LCC 투자는 국부유출 가능성도 큰 만큼 투자 유치에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